유튜브·AI 시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생활 기술’의 힘
정비업소에서 브레이크 전구 교체 비용이 50달러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국에서 손쉽게 전구를 사서 갈아 끼우던 기억이 떠올랐다.
‘전구 하나에 50불이라니?’
차종은 그때와는 다른 수입차였지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직접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트렁크를 열어 전구를 빼보려 했지만, 예전처럼 브레이크등 본체 뚜껑만 열면 금방 탈착 되던 단순한 구조가 아니었다. 구조가 복잡하다기보다 교체 방식 자체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진 느낌이었다. 결국 유튜브를 켜고 탈착 과정을 하나씩 확인했다.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다.
전구를 분리해 인근 월마트로 향했다. 부품 코너에는 많지 않은 종류였지만 기본적인 자동차 전구는 갖춰져 있었다. 문제는 가져간 전구에 인쇄된 재원이 너무 흐리고 인쇄된 활자가 너무 작아 확대해도 식별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휴대폰으로 찍어 확대해도 여전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AI에 차종 정보를 검색해 보니 “제품번호가 7440 또는 7443 전구를 사용하면 됩니다.”라는 답이 나왔다. 마침 두 종류가 모두 매장에 있었고, 가격도 전구 두 개에 5.97달러이다. ‘50달러 수리비’를 떠올리면 오히려 웃음이 날 정도로 저렴했다.
브레이크등에는 브레이크와 미등 기능이 함께 들어 있어 듀얼 타입인 7443 전구를 구매했다. 다시 차로 돌아와 조심스럽게 전구를 끼웠고, 테스트 결과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한국에서는 국산차라면 매뉴얼만 펼쳐도 필요한 전구 규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비소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다. 하지만 캐나다는 대부분 수입차라 차종마다 제원이 제각각이고, 여기에 높은 인건비까지 더해져 간단한 수리도 한국보다 훨씬 비싸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간단한 작업도 예약이 필수다. 시간도 들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많은 캐나다인들은 유튜브를 참고해 스스로 경정비를 한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수리를 ‘전문가 영역’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할 수 있으면 직접 해본다”는 태도가 당연한 생활 문화다.
이번 전구 교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몇 년 전 한국에서 가끔 해보던 일이지만, 오랜만에 직접 손을 대고 나니 ‘이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네’라는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 조금만 관심을 더 가지면 더 복잡해 보이는 작업도 충분히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AI와 유튜브가 없던 시절이었다면 구조도 모르는 전구 탈착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용어를 몰라도, 차 구조를 몰라도, 화면을 보며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모르면 못 한다”는 말은 이제 예전 이야기다.
전구 하나를 바꾼 아주 단순한 경험이지만, 이 작은 성공이 앞으로 더 많은 수리 작업에도 도전할 용기를 주었다. 자가 정비는 전문가 흉내가 아니라,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생활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불편함보다 도전이 더 가까운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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