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브랜드 할인점 '위너스'를 점령한 한국 화장품, K-뷰티의 자부심
캐나다의 대표적인 보물창고, 위너스(Winners)는 우리 부부가 즐겨 찾는 곳이다. 유명 브랜드의 의류, 신발, 가방 등을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곳은, 신제품이 아니어도 나만의 보물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이 쏠쏠하다. 가계 경제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일상 속에 쇼핑이라는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곤 한다.
오늘은 드라이브 삼아 평소 가던 곳이 아닌 다른 지역의 위너스에 들렀다. 매장마다 입고되는 물건이 다르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안고 들어선 그곳에서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화장품 진열대의 절반 이상을 한국 제품이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매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풍경이라 더 반가웠다. 캐나다 현지에서 한국을 만난다는 의미의 '캐데현'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만큼, 진열장은 익숙한 한글과 정겨운 브랜드들로 가득했다.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K-뷰티의 위상을 캐나다 대형 마트 한복판에서 확인하는 순간, 왠지 모를 자부심이 차올랐다.
아내는 양손 가득 화장품 4가지를 골라 들고는, 한껏 들뜬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넸다.
"준우 아빠, 이거 평소 같으면 집 앞 쇼핑몰에서 적어도 200불(약 20만 원)은 줘야 살 수 있는 것들이에요."
이곳 위너스에서 한국 화장품은 대부분 개당 9.99달러(약 1만 원) 수준의 균일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에서 실제 3만 원 이상에 팔리는 제품도 섞여 있으니, 대략 계산해 봐도 70%에 가까운 파격적인 할인율인 셈이다. 캐나다 현지의 일반 매장 가격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사실 많은 남성에게 화장품은 예뻐지기 위한 사치품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화장품은 비어있는 일상을 채워주는 공기 같은 생필품에 더 가깝다. 세안 후 거울 앞에서 나를 가꾸는 시간은 단순히 멋을 내는 행위가 아니다. 타국 생활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거울 속 나를 다독이며 다시 시작할 자신감을 얻는 소중한 의례이다. 화장품은 화려한 겉치레가 아니라,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가장 가까운 동반자인 셈이다.
유명 브랜드들이 유통 단계를 줄여 저렴하게 나오는 이곳의 시스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한 한국 화장품이 현지 대형 유통망에 당당히 입성했다는 사실이 교민들에게는 더없는 기회로 다가왔다.
캐나다 사람들은 유행에 무던하다. 남의눈을 의식하기보다 편안함을 중시하는 이민 생활에 젖어들다 보니, 우리 부부도 옷차림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방향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 화장품 역시 여성들에게는 일상의 품격을 지켜주는 무형의 날개이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를 단정하게 가꾸는 행위는 삶에 대한 애정이자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가 된다.
오늘 아내가 한국 제품으로만 4가지를 골라 담았다는 점은 그래서 더 특별했다. K-팝이나 K-푸드 같은 한류 문화가 멀리서 들려오는 뉴스라면, 이곳 매장에서 익숙한 한글이 적힌 제품을 취향껏 고르는 일은 오늘 우리 부부의 쇼핑 나들이에 닿아있는 실질적인 행복이었다. 낯선 땅에서 만난 메이드 인 코리아의 향기 덕분에, 오늘 저녁 아내의 화장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단아하게 빛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