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학습이 아니라 생활하는 언어이다

한국어가 세계 공통가 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by 김종섭

오랜만에 작은 아들과 저녁 식탁을 마주했다.

한국처럼 새벽에 나갔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귀가하는 수험생의 입장도 아닌데 저녁 식탁을 같이 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직장 직원의 애매한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있어 모처럼 아들에게 물어보았다."아빠가 예전에 저에게 까막 눈이라 하신 것 혹시 잃어버리시지는 않으셨지요"선득 아들의 뒤끝이 발동한 것이다.


"아빠 Table has Turned라는 말뜻이 무엇인지 아세요. 테이블이 회전했다는 뜻으로 아빠와 제가 회전 테이블을 한 바퀴 돌았어요" "예전에는 제가 영어 단어조차 읽지도 모르는 까막 눈이라고 놀려 되었는데 이제는 아빠랑 저랑 상황이 뒤바뀌었다는 뜻으로 생각하면 되거든요"


시간의 시침도 쉴 새 없이 멈추지 않고 회전하는데 과거의 상황이 늘 같은 시간일 수 없는 반전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이다."아빠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 보셨어요"

고사성어까지!!

갑자기 머리를 한대 얻어 마진 기분이다.


영어권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상황이라 외국 속담 정도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끄집어내어 비유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생각지 못한 한국의 고사성어까지 말을 보탠다.


작은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고 유학길에 올랐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과는 달리 알파벳 조차 습득하지 못하고 새로운 이국 환경에 적응했다. 한국에서 이력서라고는 고작 초등학교 1학년 학력이 전부인데 고사성어까지 예문을 들어가는 행동이 의아스럽고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과거 까막눈이라고 놀려되었던 기억이 잠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한국에 살고 있는 나는 가족이 있는 캐나다를 방문할 때마다 아들의 영어 실력을 테스트해볼 생각으로 상가 입간판에 쓰여있는 글을 물어보았지만 간단한 단어의 뜻도 알지 못했다.


아들은 이미 성장해서 성인 나이가 되었다. 고맙게도 한국말을 잃어버리지 않고 발음 하나 혀 꼬임 없이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쓰고 읽을 줄 아는 것이 감사한 일이다. 어쩌면 한국어 언어영역만큼은 가정 내 아내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나는 간단한 문장 하나 외우고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지만 되돌아서고 나면 잊어버리게 된다. 영어권에서 귀 멀고 말 못 하는 벙어리 냉가슴 심정이 지금 나의 마음일 것이다. 결국은 나이 탓으로 변명을 돌려 자신을 위로한다.


한국 내에서도 사실상 영어를 못하면 불편함보다는 많은 제한이 주어진다. 모든 선발 과정에 있어서 순위를 판가름하는 수단과 같다. 결국은 영어는 진로를 결정하고 취업을 위한 학습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영어가 사실상 유창하지 않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소통이 되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지도 않는다. 어찌 보면 해외를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한국에 있는 지식인보다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영어권 생활에 지장은 없다. 다만 때로는 불편한 것은 인정한다. 핑계를 빌려 변명하자면 한국인들에게는 영어가 어렵다.


평생 영어를 몰라도 한국사회에서는 사는 데에는 전혀 불편은 없는데 사회 구조상 영어를 모르면 지식인 대열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실상 씁쓸한 일이다.

올바른 영어 배움의 인식은 학습 기대 효과가 아닌 진정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쓰이는 언어로 발전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허무맹랑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어가 세계 공통어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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