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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05. 2020

한국인 고문하기

관습을 버리는 것은 잠시 불편할 뿐이다

우리의 생활환경을 들여다보면 의도적이기보다는 습관적으로 행하는 일들이 생겨난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없으면 불안 초조하다. 단면적인 예가 핸드폰이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중독이라고 하였다. 비단, 중독뿐만 아니었다. 모두가 급했고 기다림이라는 배려가  실종되어간 현대병을 앓아가고 있다. 강제적이지 않음에도 빨리 빨리라는 말에 숨 쉴 시간적 여유도 없이 입에 달고 산다.

정해진 것에는 원칙이 있다. 원칙이 무너진 것이 오히려 자유스러웠을까,


한국인을 못 견디게 하는 방법 8가지'라는 주제로 외국 잡지에 인용된 글을 오래전에 보았다. 글을 읽으면서 나를 흡사하게 닮은 것이 많아 혹시 나를 두고 한말은 아닐까 하는 의아스러움을 가져본 적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인 고문하기 8가지의 대표적인 느낌은 이러했다.


1 인터넷 속도 10mb (메가비트) 이하로 줄인다
2 삼겹살에 '소주'를 못 마시게 한다.
3 화장실 갈 때 '휴대전화'를 못 가지고 가게한다
4 엘리베이터 문 '닫기 버튼'을 못 누르게 한다.
5 '라면' 먹을 때 김치 안 준다,
6 택배 도착까지 일주일 이상 걸린다.
7 요구르트 먹을 때 '뚜껑'을 못 핥게 한다.
8 식후에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       


현대는 인터넷 시대이다"  한국은 IT. 스마트폰 강국이라는 으뜸가는  성지이다. 인터넷의 매력은 빠름이다. 이미 빠른 인터넷 속도에 길들여진 문명 앞에 속도가 늘여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조차 어려운 세상의 탈바꿈이 있었다. 고문에 동의한다.

한국은 음주 천국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이 소주 115병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입증의 근거가 되었다. 술에는 안주가 있어야 하는 국민적인 정서가 있다. 흔히 음식을 두고 술을 떠올리고 선택할 때가 많다. 술안주 때문에 술이 있어야 하는 앞뒤가 없는 음주문화의 예시이다. 그중 하나 국민 소주 안주로서의 삼겹살이 단연 으뜸이다. 소주와 삼겹살이 없다면 고문 인정한다.

우리의 화장실 문화는 예로부터 거실과 동 떨어져야 한다는 환경의 시대가 있었다. 수세식이 없었던 시대는 역겨운 냄새가 늘 곤욕이었다. 냄새 때문이었을까,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야 생리적인 현상이 해결되었던 화장실 문화가 있었다. 현대문명의 첫 수혜자로 화장실이 집안으로 들어오면서 화장실은 순전히 배설이 의무만은 아니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했다. 휴식에는 핸드폰이 없어서는 안 될 화장실 휴지와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3번 역시 고문임에 동의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습관적으로 닫기 버튼에 먼저 손이 간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닫기 버튼이 없다. 잠시 불편은 익숙해져 갔다. 3~4초 배려의 여유가 있다면 굳이 닫힘 버튼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열림 버턴은 남겨 놓았다. 배려의식의 출발일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인의 급한 정서 때문임에 인정한다.

한국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간식은 단연코 라면이다. 한국인이 1인당 1년에 몇 개의 라면을 먹을까, 흥미진진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들은  1인당 1년에 라면을 75개 먹는다고 한다. 4.8일에 1개씩 끓여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뒤를 이은 '라면 소비 대국'은 베트남(60.3개), 인도네시아 (57.3개) 순이었다.

아들과 함께 일본 라면 전문점에서 라면을 먹었다. 주문한 끊인 라면만 달랑 식탁 위에 올라왔다. 아들은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지만. 아들과는 달리 반찬 없이 먹는 라면은 곤욕스러웠다. 결국은 느끼함에 먹는 것을 포기했다. 김치가 없는 라면 고문 맞다.

택배는 급한 우리 생활의 정서를 닮았다. 빠름 자체를 택배에 생명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름에는 택배뿐만 아니라 속달이라는 우편물, 급행열차까지 순서의 우선 과정보다는 빠름이 먼저인 급한 세상에 살고 있다. 고문에 동의한다.

요구르트 뚜껑 못 핥아먹게 한다는 말은 우스갯소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먹는 방식의 차이일수도 있고 한국인의 절약 정신일 수도 있다. 혹시나 먹는 것에 대한 천박함을 꼬집은 말이 아니길 바란다. 동의할 수 없다

식후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사랑받는 기호성 음료 커피가 있다. 비단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식후 마시는 커피는 지구촌 공동의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식후 여유 있는 한잔의 커피 중독이어도 좋다. 동의할 수 없다.

동의할 수 있는 것과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분명 구분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독이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중독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여유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생겨난 훈장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쯤에서 넘쳐나는 나눔이라는 인간미가 있는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의 미덕에 동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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