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

공원에서 화려한 외출을 꿈꾼다

by 김종섭

밴쿠버 겨울은 눈이 내려야 할 계절에 주야장천 한 달 넘게 지루한 비만 내리고 있다. 그나마 겨울 날씨 답지 않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음에 위안을 가져보지만 가끔이나마 화창한 날씨가 그리운 계절이다. 가끔은 비가 멈춘 날도 있기는 했다. 어쩌면 비가 멈춘 날(?) 보다는 멈춘 시간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유는 하루 중에도 비가 멈추었나 싶다가도 잠시 후 비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다. 어쩌다가 비가 멈춘 날에는 공원은 북적인다.


집 주변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공원이 있다. 공원이라 하면 아기자기한 한국 공원과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상상했던 한국 공원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공원을 들어서는 순간 상상이 깨져간다. 공원이 아니라 산길이지 무슨 공원이냐고 이구동성 실망 섞인 말을 할 것이 뻔하다. 최대한 자연의 훼손을 하지 않는 범위에서 산책로 이외는 인위적인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공원으로 바라봐 주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대부분의 공원은 말 그대로 산길 정도의

느낌이 맞을 것이다. 공원이라 하여 특별하게 시설물을 인공적으로 변신해 놓은 곳이 아니다. 물론 예외적인 공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하게 공원의 특징을 살린 작은 한두 개의 조형물과 운동 경기장 정도의 수준이다. 공원 대부분이 자연 그대로의 친화적인 형태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자연과 더불어 친교 하는 교감의 에너지가 있는 열려있는 공원쯤으로 봐주면 좋을 듯하다.

개 공원

공원에는 애견이 같이 뛰어놀 수 있는 개 공원이 별도로 마련되어 공원과 마주하고 있다.


오늘은 비가 멈추었다. 아내와 공원을 한 바퀴를 돌고 오기로 했다. 산책이기보다는 운동이라는 목적이 지배적이다. 공원 트레일(Trail)을 한 바퀴 도는데 대략 4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된다. 만보기의 측정 결과 대략 6,500보의 걸음을 옮겨 놓는 거리이다. 간단한 유산소 운동치고는 실상 그 이상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다.


가끔은 펄펄 끓인 물을 보은병에 담고 슈퍼에서 미리사다 놓은 컵라면과 잘게 썰어 놓은 단무지와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챙겨 공원으로 출발한다. 라면에는 아무래도 계란을 넣어 먹어야 담백한 맛이 있어 계란을 추가로 챙겼다. 산책을 끝내고 공원 내에서 먹는 라면은 늦은 아침의 식사 대용과 더불어 별식이 되었다.


라면은 사실 식사대용보다는 가볍게 요기를 할 수 있다 하여 대부분 간식으로 이용한다. 한국 음식문화는 무조건 밥이 빠진 식단은 한 끼 식사로 인정을 하지 않았다. 물론 요즘은 식사 대용으로 패스트푸드라 하여 빠르고 간편한 편리성 이외에도 영양식이 될 수 있는 음식이 의외로 다양하게 출시되어 간식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한국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했다. 밥을 먹어야 속이 든든했고 에너지가 생겨난 느낌이다.


야외에서는 월등히 맛 감이 뛰어난 음식이 아닐지라도 어떤 음식을 갔다 놓아도 맛이 있다. 극찬의 표현 바로 꿀맛이다. 음식은 좋은 사람과 먹을 때와 좋은 장소 즉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먹을 때 음식이 한층 더 맛있다고 한다. 음식에도 감성도 있는 듯하다.


삼양라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간식 문화를 주도해온 라면이다. 특정된 라면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라면에 대한 예찬을 하려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에는 생라면을 과자처럼 자주 먹었다. 두 겹의 면발로 되어 있는 라면을 쪼개고 그 위에 약간의 수프를 뿌려 먹으면 그보다도 특별한 간식이 없었다. 먹다 남은 수프는 남겨 놓았다가 도시락에 뿌려 먹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상 속에 누구나 화려한 외출을 늘 꿈꾸어 간다.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한 손에는 포크를 또 다른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은은하게 들려오는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좋은 사람과 한 끼 식사가 화려한 외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컵라면 하나에 행복이 담아져 갔다.

"준우 엄마!! 라면 먹고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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