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기러기 아빠 아닌데요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by 김종섭

바깥공기가 차갑다. 움츠린 몸에서 혹독한 겨울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허전한 마음 탓일 것이다.


공항은 만남과 이별의 종착역이다. 공항 출국장 문이 굳게 닫혀갈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 반복되는 이별이 이제는 익숙해져 갈 때도 되었는데 애틋함은 늘 그대로였다.


공항은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또 많은 사람을 맞이했다. 배웅하는 공항 출국장이 이제는 더는 싫었다. 서로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싶었을까, 동네 버스정류장에서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태워 보내는 것으로 짧은 가족 배웅을 맞추었다.

아내가 버스에 앉자마자 울고 있었다. 태연한 척 멀어져 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버스는 떠나갔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소리 없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가족의 흔적을 없애 보려고 잊힐 방법이 아님을 알면서도 방안 구석구석을 걸레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빈방에 카톡 소리가 고요의 정적을 깬다. 오늘따라 가족 배웅이 끝나고 민감해진 탓일까, 유난히도 카톡 소리가 크게만 느껴졌다. 큰 아들이 보낸 카톡 소리였다.

"아빠!! 제 이름으로 택배가 올 거예요"

"뭔데"

"홍삼이요, 거르지 말고 드세요"

"돈도 없을 텐데 그 비싼 것을 왜 샀어"

잠시 멍해진다.

"아빠는 아직은 안 먹어도 건강한데 뭐라..."

"김영란법에 접촉을 받지 않으려고 오만 원 이하로 제품 구성이 되어 있어 샀어요. 그다지 비싸지 않아요" 아들이 너스레를 떤다.


아들과 카톡을 하는 순간 가족이 옆에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마음이 뭉클해져 온다. 젖어오는 눈물을 저항하면서 버티어 냈다. 벽에 걸린 시계 소리가 숨이 찬 움직임이다. 시간을 보니 가족을 실은 비행기가 이륙할 시간이다.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았다. 창공에는 아직 어떤 비행물체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아쉽고 후회스럽다. 이별 후에 찾아오는 후유증인지도 모른다. 있을 때 잘해줄 것을 떠나보내고 난 후에 옹색한 변명이 또 이유를 달았다.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 유행 가사의 한 구절이다.

평상시에 잘하면 될 것을 떠난 후에 개운치 못한 후회를 또 하고 말았다. 우리가 소중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산 게으름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감정 따위는 잠시 내려놓고 냉정해져 보려 하지만, 가슴으로 녹아내리는 진실은 막을 수가 없다. 그것은 그리움이고 사랑 일 것이다.


가족을 유학 보내고 7년 동안 기러기로 살았다. 기러기라고 말을 할 때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뭐 때문에 그렇게 사느냐"라고 했다. 후로 나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기러기 아빠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저 가족과 함께 살아요"라고 거짓말을 했다.


삶의 방식이 누구나 같을 순 없는 일이다. 각자의 삶을 존경해주어야 할 이유는 있긴 하다. 쇠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김치찌개를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먹는 것에도 서로의 입감이 나누어진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처럼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에 이제는 동의하고 싶다.


"저 기러기 아빠 아닌데요"

이젠 굳이 변명이나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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