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인 세대의 주부가 되었다

남녀가 공존하는 삶의 덕목은 배려일 것이다

by 김종섭

주부[主婦]란 사전적 의미는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서 주관하는 여자라고 명시되어있다. 한자의 풀이를 살펴보면 [主]는 주인을 [婦]는 며느리를 일컫는 말이다. 가정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온갖 사소한 것 까지 챙겨가는 것이 의례히 주부의 몫이자 의무감이 되어버린 오류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사의 주체가 주부라는 잔재 의식은 불변의 가치처럼 변함이 없다.


가장인 남편의 역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은 가정 경제활동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던 시대도 있었다. 과거와는 달리 언제부턴가 부부는 경제적 공동의 목표가 되어 갔다. 여성이란 이유로 제한된 삶을 살았던 과거 청산도 오랜 시간이 지나갔다. 하지만, 여자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달고 구분 짖어 가는 모습을 아직도 주위에서 쉽게 목격할 수가 있다.

남자가 가장이자 주부의 역할까지 1인 2역을 한다면 어떨까, 섬세한 주부의 손길과는 달리 왠지 무엇인가 정리 정돈이 일정치 않은 엉성한 집안 내부의 모습을 먼저 상상하게 될 것이다.


나는 1인 세대 주부로 7년을 살고 2인 세대 주부로 1년을 살다가 현재는 잠시 주부의 역할을 내려놓았다. 1인 세대로 살 때에는 혼자라는 이유로 대충 챙겨 먹는 불량 주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식구가 하나 늘었다. 캐나다에서 큰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아빠와 합류함으로 인해 2인 가족의 주부가 되었다.


그 후로 나는 퇴근 이후의 행보가 달라졌다. 출근길보다 오히려 퇴근길에 마음이 더 바빠졌다. 저녁에 먹을 반찬을 생각해 내야 했고, 생각해 낸 음식 재료를 준비해야 했다. 아침은 실상 대충 해결하더라도 저녁 식탁만큼은 풍만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성의 있는 음식으로 포만감 정도는 느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재래시장은 항상 활기가 넘쳐난다. 시장 안은 늘 자연을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싱싱한 야채가 넘쳐났고 심지어 제철이 아닌 야채며 과일까지도 넘쳐났다. 대다수 주부들이 저녁 준비를 위해 시장 보기에 분주한 시간이기도 했다. 정육점 앞에 멈추어 섰다. 무의식적으로 발길이 정육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사실 시장 안에 들어설 때까지도 저녁 반찬을 무엇으로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에어프라이어가 한참 인기를 모으면서 선풍적으로 팔려나갔다. 아들은 인터넷으로 에어프라이어를 하나 구매했다. 덕분에 가끔은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조립법을 생각해 내곤 했다. 정육점에서 썰지 않은 삼겹살을 가져와 김밥 말듯이 둘둘 말고 감자와 버섯에 버터를 발라 에어프라이 안에 집어넣고 버턴을 눌렀다.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아빠표 즉석 음식이다.맛있게 먹어주는 아들의 모습만으로도 흐뭇하다.

집에 도착한 시간부터 설거지가 끝나가는 시간까지 훌쩍 한 시간 이상이 지나가 버리고 나면 생각지 못한 잡다한 일거리가 하나둘씩 손을 들고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좀 쉬어야겠다 생각이 좀처럼 오래가지 못한 것이다.


아내는 오랜 기간 부재중에 있다. 가끔 전화를 걸어와 주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남편을 위로 내지는 격려해 주었다. 오늘도 남은 음식 없이 아들은 맛있게 저녁 밥그릇을 비웠다. "아빠가 만든 음식은 다 맛있어요" 립 서비스일지라도 아들의 말 한마디가 주부에게는 보약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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