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멈 우리 손잡고 갈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길이 봄을 닮았다

by 김종섭

휴일 틈 사이로 겨울을 밀쳐 내려 유혹하는 봄이 다가섰다. 공원의 하루는 온통 봄을 품어 온유한 희망의 햇살을 얻어냈다. 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느낌이 살쪄가고 메마른 마음의 텃밭에 포용의 정서가 피어나기 시작한다. 봄의 하루쯤은 여유와 감성을 담아 욕심일지라도 내 것이고 싶다.

공원 호수주변

바람 한 점 없는 평온한 호수에는 하늘을 품었다. 호수 주변으로 겨우내 묵묵히 지켜온 갈대의 외로움이 크게 느껴진다. 봄은 무엇인가에 얽매임 없이 자유롭고도 자연스럽게 정직을 얻어가는 느낌이다. 묵묵히 초록의 꿈을 만들어 가는 자연의 아우성이 또한 그러했다. 봄의 태동 앞에 숙연함과 정서의 감정이 넘쳐나는 오후의 시간, 공원은 처녀의 마음을 닮아가고 있었다.


공원을 걷다 보면 계절의 움직임이 빠르다. 호수 주변을 끼고 산책로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정히 손을 마주 잡고 산책길에 오르셨다. 흔하지 않은 모습 때문일까, 노부부의 모습이 향긋한 봄 풀내음을 닮아 보인다. 어쩌면 봄이 노부부를 닮았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손을 마주 잡고 걷는 노부부들의 모습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눈으로 들어와 앉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정스러운 산책길

우리는 노부부이든 젊은 부부이든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면 과연 부부가 맞을까, 일단 의심부터 해보는 좋지 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보이는 대로 생각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는 지나친 상상이 항상 문제가 되어간다. 결국엔 생산성 없는 시간만 소비한다. 젊은 남녀가 마주 잡은 손은 로맨스였고, 부부가 마주 잡은 손은 누군가에 위해 불륜이라는 의심을 가졌다. 하지만, 어떤 이는 아름다운 부부의 손길이라고 부러워했다. 분명 보고 느껴가는 간격의 차이에 따라 인격이 달라졌다.


부부에게는 손을 잡고 걷는 일상은 사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 열정이라는 것이 식은 것일까, 사실 연애의 기억대로 라면 손을 잡는 일은 설렘과 함께 자연스럽고도 가슴 따뜻한 사랑의 감정이 맞다.


"준우 아빠! 우리도 저기 노인 분들처럼 오랜만에 손이라도 한번 잡고 걸어볼까요?"

아내의 말에 일단 주위를 두리번거려본다. 이해 불충분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이 나이에~!"

혼잣말을 내뱉고도 거부의 저항이 거세다. 주위를 의식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손을 잡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인데 언제부턴가 쑥스럽고 불편하다는 생각에 정상이 비정상적인 것처럼 변해 버렸다. 굳이 이유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세월 탓. 나이 탓이라는 변명이 맞을 것 같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면 한 번쯤은 아내의 손을 잡아야 산책길이 행복할 듯싶어 아내의 손을 살며시 잡아 주었다. 아내는 연애할 때처럼의 감정은 아닐지라도 남편이 내민 따뜻한 손길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작은 것. 사소한 것에 감동하는 여자와 남자의 미묘한 차이를 느껴가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중년 부부는 살아온 시간만큼 손을 잡고 걸어야 할 시간이 남아있다. 물론 조건이나 의무감이 살짝 얹혀 있는 것도 아니다. 진심이 담긴 노부부의 행동 정도는 기억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일이 뭐 대수겠냐고 누군가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 보았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다정한 손은 보석을 움켜쥔 세상에서 제일 값 비싸고 아름다운 황금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불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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