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휴지를 손수레에 가득 실고 지나가는 할머니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목격하게 된다. 그때마다 궁금증이 생겨나는 것이 있었다.
할머니는 가로수 그늘진 곳에서 잠시 손수레를 세워 놓고 휴식을 취하고계셨다. 휴식에 들어가신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오늘은 평소에 궁금해하던 의문점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이다. 말을 건네도 될 상황인가 싶어 할머니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펴갔다.
"할머니 지금 손수레에 실린 폐휴지 정도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길을 지나가던 사람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할머니는 잠시 멈칫하시는 표정이셨다.
"몇 만 원 정도는 거뜬히 받을 수 있겠지요?"
할머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몇만 원이요!!?"
"젊은이 이까짓 거 가져가면 얼마나 받을 것 같아 보여요 "
"젊은이 말대로라면 폐휴지만 줍고 걱정 없이 살 수 있겠네요 ㅎㅎ"
할머니는나의 말이 마치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표정으로너털웃음을 내보이셨다.
할머니는 잠시 숨을 고르시는 듯하시더니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온종일 리어카 가득 수거해서 갖다 주도 겨우 3천 원 정도 받을까 말까 한 날이 거의 전부이고요, 어떤 날은 그마저도 받기 힘든 날도 있다오"
생각 이상으로수입에 관한 추측이 빗나갔다. 할머니가 나의 질문을 받고 너털웃음을 보인 이유를 알 것 같다.
"고물상 주인 양반이 요즘 폐휴지 값도 내렸다고 그 돈도 생색내고 주니 이 짓도 못해 먹을 노릇인데 어쩌겠소 늙은이가 할 일이 이것뿐이 또 있겠소"
말끝에 상심이 깊어 보이셨다.
할머니가 말을 듣고 나니 3천을 어디에 쓰일지가 또 하나의 궁금을가져왔다. 3천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그 돈 받아서 어디에 쓰시게요"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3천 원이 쓰이는 과정을 말씀하셨다.
"어제는 파 한 단 사고 나니 천오백 원이 남더라고요"
"남은 돈으로 뭐하셨는데요"
할머니는 또다시 어이없는 웃음을 내보이셨다.
"젊은 양반!! 돈이라는 것이 없어서 못쓰지 왜 쓸 때가 없겠어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돈이라는 것이 남녀노소 주인이 따로 정해지지 않은 속성 때문이다.
"남은 돈은 모았다가 손주 용돈도 주고, 약 값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항상 쓸 때야 많지요."
할머니의 3천 원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3천 원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돈의 용도가 광범위했다.
"처음 보는 젊은이에게 괜한 돈타령을 한 것 같네요"
이내 쑥스러운 표정을 짓어 보이셨다.
지금도 서울 도심에서 손수레를 끌고 파지를 줍는 할머니들이 예전보다 많이 눈에 들어온다. 폭풍전야 노령화 시대의 개막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우리에게 3천 원은 간식거리 조차도 사 먹을 수 없는 돈에 불과하다. 할머니에게 3천 원은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절박한 돈은 아니었을까, 하룻밤 사이에 부동산 폭등에몇천만 원에서 심지어는 수 억까지 거머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3천 원은 과연 어떤 활용의 가치가 있겠냐고 물어보고 싶다. 나에게 3천 원의 활용 가치를 물어 온다면 나 역시도 3천 원의 가치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할 그 무엇도 없는 것이 솔직한 답변이다.
돈의 가치는 크고 작고의 액수를 떠나서 쓰는 사람들에 따라 가치 기준이 달라진다고 생각을 한다. 3천 원의 가치는 할머니만이가질 수 있는 돈의 가치는 아닐까,
할머니를 뵙고 이후부터 나는 분리수거 날짜와 관계없이 폐휴지만을 분리하여 문밖에 차곡차곡 쌓아 놓았다. 혹시나 할머니가 가져가실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