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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r 10. 2021

밤과 술 사이

밤과 술 사이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다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밤에는 항상 술이라는 지원군이 존재했다.

 날은 광란의 밤이 되었고,

어떤 날은 열정적인 밤이 되었다.

하룻밤 사이로 흐르던 밤은 유연할 때도 있었다. 남녀의 열정적인 사랑이다.


태양이 떠난 낮과 밤의 의식이 달랐다.

밤거리는 온통 불나방이다.

마시고 취하고 안주 삼아 주변 인물들이 하나둘 도마 위에 오르락내리락한다.

씹어도 포만감 없이 속만 쓰려온다.


술을 외면한 밤의 세상은 잠시나마 시선을 눈으로 가려가고 잡아 둘 수 있어 좋았다.

오롯이 나만의 유일한 여유가 있는 친교의 시간이다.

또한, 하루의 피곤함을 보상받는 시간이기도 다.


마시고, 먹고. 즐겨갈 때 주변엔 항상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친구라 불렀다.

지금 난 친구가 아닌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와도 마셔가고, 먹어가고, 즐겨가고 있다.

그땐 친구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술이란 늘 그래 왔다.

1차는 마시다 보면 늘 적당량에 굴복하지 않았고 2차를 아쉬워했다.

술을 마시는 일은 항상 이유가 있었다.

기쁘고 즐거운 날에는 축배의 잔이 되었고,

슬픔에는 위로의 잔,

힘겨울 때에는 격려의 잔,

이유를 달면 술잔은 모두의 이유를 품은 잔이 되어주었다.

술잔이 넘치면 정이 넘치고 흥겨움이 넘쳐났다.

내가 마시고 취한 것보다 같이 마시고 취해가는 것이 더 달콤했다.


밤은 흥겨움으로 홍수로 범람한 바다다. 잔잔했던 잔이 흥겨움의 파도를 만났다.

취기가 오르고 파도가 거세졌다.

세상 모든 것이 내 것 같은 세상을 만난 것이다.

마시고 취하다 보면 술이 술이 아니다.

기분 좋아 마신 한잔의 술이 날개를 달았다.

술이 술을 마셔가기 시작할 때쯤 술의 변신이 시작되어 갔다.

어떤 날은 한잔에 취기가 올랐고,

어떤 날엔 마시고 마셔가도 술이 아니었다.


밤과 술 사이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술잔이 부딪치고 취하고 흥청 되는 밤일지라도 사람 냄새가 있는 친교의 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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