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시간부터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새벽 전화는 대부분 다급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생각에 전화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아내는 잠자리에서 더듬거려 수화기 손에 잡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없이 흐느끼는 소리만 들려온다,
"여보세요 누구세요"
"막내야 형부가 죽었데"
뜻 하지 아니한 장모님에 목소리이다. 장모님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시고 계속 흐느끼고만계셨다. 아내 또한 갑작스러운 비보에 망연자실해 있다.
장모님의 전화를 끊고, 곧바로 처형 집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들릴뿐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핸드폰이 대중화되지 않았었다. 대부분 가정은유선 전화기가 유일한 연락수단이었다. 이미 20년도 훨씬 지난 과거 이야기이다.
자고 있는 애들까지 깨워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히고 처갓집으로 향했다. 처갓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처형이 살고 있었다. 식구 모두가 충격에 빠져 전화를 받지 못할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동선을 처형 집으로 돌렸다.
아파트 현관 초인종을 몇 번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초인종 대신 현관문을 두드렸다. 현관문 쪽으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잠에서 덜 깬 푸시시한 모습을 한 처형이 현관문 틈 사이로 얼굴을 삐쭉 내밀었다. 처형은 이른 새벽에 찾아온 동생 내외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화들짝 놀란다.아내는 언니를 보자마자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였다.
"언니 형부가 죽었데"
언니는 동생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형부 어제저녁 출장에서 돌아와서 지금 자고 있는데"
우리는 동서가 죽은지만 알고 정신없이 달려왔는데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사건 전말은 장모님 집으로 걸려은 새벽 전화에서시작되었다.
"여기 부산인데요. 아비가 죽었어요"
장모님은 잠결에 전화를 받으셨고 그 말 한마디를 듣는 순간 실신을 하셨다고한다.
잠시 후, 정신이 돌아와 장모님은 작은딸인 아내에게 형부의 사망 소식을 전해 온 것이다.
장모님은 잘못 걸려온 전화인지도 모르시고 전화를 받는 순간, 부산에 계신 사둔의 전화로 착각하셨다고 한다.
만약에 처형 집에 들르지 않고 처갓집으로 갔었다면 처갓집 식구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
처형 식구 중에 한 사람이라도 전화벨 소리를 확인했더라로새벽 소동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그때의 상황을 정리해 보면 처형 내외뿐 아니라 조카까지도 한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잔다고 한다. 그 이유가 우리 가족이 새벽에 총출동한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놀란 가슴을 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을 해피앤딩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죽은 지 알았던 사람이 살아 돌아왔으니 장모님과 우리 가족만큼은 해프닝이 맞다. 새벽에 놀라 분주하게 예고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새벽을 맞이했지만, 그나마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동서는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덕분에 아마도 오래 살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가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