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Feb 05. 2021

당신의 뱃살은 안녕하십니까,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을 사장배라고 불렀다.

배가 불룩 나온 사람을 "사장 " 또는 "배 사장"이라 불렀던 시대가 있었다. 불룩 나온 배는 인격이었고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배를 감추기보다는 최대한 들어내 자신의 배를 과시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먹거리가 풍부하지 못한 가난 탓에 몸이 날씬했다. 날씬하다는 표현보다는 말랐다는 표현이 어쩌면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은 더는 배 사장은 부의 상징이 되어 가못했다. 시대의 흐름은 오히려 날씬하고 균형 있는 몸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풍요로워진 삶이 주어지면서 하나  풍만해진 살을 빼가면서 건강과 아름다움을 덤으로 얻어가기 시작했다. 또한, 간헐적 다이어트는 의식주 안에서 가장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나갔다. 물론 북한의 권력자인 김정은의 모습은 아직도 불룩한 배를 권력의 상징으로 유지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예외 상황있다. 


배가 나왔다는 것은 자신의 몸에 소홀한 관리 때문 생겨난 게으름이 맞을 것이다. 갈수록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고도의 비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적 고민거리가 되어갔. 쑥 들어간 배는 어떤 옷을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맵시가 났다. 옷을 입을 때마다 자신감이 생겨나 고민을 멈추어도 되었다. 보이는 것만으로도 몸이 민첩하고 활기가 넘쳐 보인다. 이로 인해 한층 더 옷은 몸에 날개를 달아 주었다.


몇 달 사이에 몰라보게 배가 불룩 나와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임신부 초기 모습과도 같다. 결혼 후에도 허리 사이즈는 항상 32인치에 멈추어 있었다. 살을 찌우기 위한 열망은 "조금만 더"라는 말을 거울 앞에서 주문을 외워갔다. 지금의 상황은 달랐다. 바지를 입으면 힘겹게 허리를 감싼다. 몇십 년 만에 비대해진 배로 인해  전체 균형변화가 왔다. 그것도 겨우 두 달 전후변화된 모습이다. 몸에 이상한 징후가 있을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다분히 들 수도 있다. 사실, 배가 나온 이유에 대해  알고 있다. 이유는 뭐든 먹고 나면 곧바로 눕는 습관이 생겨난 이후부터이다. 그렇다고 야식을 별로로 챙겨 먹는 것도 아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매일 저녁 맥주 한 캔 정도를  마시는  버릇이 습관적으로 생겨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한 생각지 못한 일상이 바뀌어 가고 뉴 노멀 시대에 접어든 제일 먼저 생겨난 현상이다.


오늘은 배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에 뱃살이 나오게 된 주범을 생각 속에서 찾아냈다. 증거는 확실치 않지만 매일 마시는 커피 때문이라는 것에 심증의 무게를 두었다.

맥도날드 커피(Medium Size)와 치킨 햄버그 세트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마시는 일은 의무감처럼 하루 행사가 되었다. 사실 커피 마시는 일은 품위 따위를 무시하고 마신다. 여기서 품위이설탕이랑 크림을 포함하지 않는 원두커피 정도로 정리를 해두기로 한다. 물론 한때는 블랙커피 정도 마셔가는 품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블랙커피 대신 달곰한 커피의 유혹이 시작되어가면서 기존 커피맛의 정체를 잊어버렸다. Two-Two(설탕 2. 크림 2)에서 차츰 Triple-Triple (커피 3. 크림 3)로 바뀌어 갔다. 크림의 정체를 알고 보니 뱃살을 살찌우게 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늦은 오후에 마시는 커피를 자제하고 있다. 수면에 장애가 있어 최악의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나에게는 시간 관계됨 없이 아무리 커피를 마셔도 수면 장애는커녕 수면제가 되어갔다. 이 또한 뱃살을 찌우는 쾌적한 환경의 조건이 되었던 것이다.


 아내는 뱃살을 조금은 하지 않겠냐고 말을 한다. 누가 봐줄 것도 아닌데 적당히 배가 나온 들 문제가 되겠냐고 반문을 해놓고  사실 불룩배를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몸도 전체적으로 둔해지고 앉기보다는 눕는 것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안 좋은 습관이 갈수록 편안 쪽으로 생겨났다.


며칠 전부터 시간 허락될 때마다 공원을 산책하기로 목표를 잡았다. 자기 전까지 앉아있는 습관도 함께 목표에 포함시켜 놓았다.  달 동안 찌운 살을 두 달 안에 되돌려 받아야 본전 아니겠느냐는 생각으로 작전에 돌입은 했는데 왠지, 임무 수행이 쉽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 지배적이다. 한번 찐 살은 쉽게 복귀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가지고 오늘도 공원 앞에 다가섰다. 


이전 17화 동서의 어설픈 죽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