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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11. 2020

연어가 돌아왔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거룩한 회귀본능


겨울로 향한 길목은 고요를 동반한 침묵뿐이다. 설원(雪原)의 축복을 받아야 할 대지는 연일 고독한 비와 사투를 벌이는 만남뿐이다.

이른 아침부터 기적소리와 함께 고요의 겨울 아침을 맞이했다. 긴 꼬리를 물고 달려 나가는 기차의 뒷모습을 찾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도 때론 필요했다. 철도 건널목에 바리케이드는 차에 행렬을 완강하게 가로막고 서있다. 신호를 기다리는 운전자의 지루함까지 인내라는 시간으로 묻어있다.

깨어 있는 도심 밖으로 빠져나와 한참을 달려 나가다 보면 예전에 의미 없이 지나쳐 버린 이름 모를 나지막한 하천을 만나게 된다. 강과 바다의 만남을 경계로 하천은 물의 수혈로 한참이다.

질퍽한 하천 주변을 살피다 보면 생을 마감한 여러 마리의 연어를 마주하게 된다. 얼마만큼의 죽음의 시간이 흘러 버렸을까, 쾌쾌하고도 역겨운 비린내가 코끝을 빠르게 흡입해오면서 갈 길을 가로막았다. 하천 주변에는 까마귀 떼가 죽어 있는 연어를 뒤척이면서 먹잇감을 사냥하고 있다.

연어는 사력을 다해 거센 물살을 헤집고 바다와 강을 건너 이곳 하천에 도달했을 역경의 순간에 대해 문득 의문을 가져본다.

연어는 모천회귀 본능의 의식을 치르고 생을 내려놓았다. 인간이 가진 모성애만큼이나 경이롭고도 숭고함이 있는 값진 교훈임을 알기에 순간 가슴이 아려온다.

한낱 생사의 갈림길도 예견치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 만물의 영장의 얄팍한 지혜를 비웃기나 하듯 연어는 미리부터 예견이나 한 듯 바다와 강을 거슬러 올라와 최후의 날을 거룩하고도 값진 가치를 담아 놓고 떠나갔다.

연어의 최후 절규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연어의 죽음을 어떻게 봐주어야 할 것인가?
어쩌면 괜한 생각의 의문점을 둔 인간의 궁금증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에 잡념의 의식만 커질 뿐이다.

연어의 거룩한 죽음과는  달리 인간 대다수는 사후의 세계에 대해 혼돈의 시간과 함께 확신 없는 불투명으로 가득 차 있다. 한 줌의 흙으로 되돌아간다는 단순한 정의마저 부정하고 저마다 믿음의 사후 세계의 색깔을 정당화시켜가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연어의 마음을 읽을 여유도 없이 어리석은 현실 앞에 세월의 강마저 건너지 못했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연어의 죽음이 인간에게는 심상을 울릴만한 슬픔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거대한 바다와 기나긴 강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태어난 곳으로 무사히 회귀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있을지, 답을 찾기란 살아 있는 동안에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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