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 피어오른 작고 여린 봄꽃의 아우성,웅크리고 앉아 툭 하고 향기를 터트린 봄, 나는 봄의 소중한 생명 앞에서 경건해진다. 초록의 봄은 하루의 길이가 짧을 정도로 성급하게 다가와 하늘과 맞닿았다. 봄은 늘 그래 왔다. 대지의 경계선을 깨고 거대한 초록의 대륙을 만들어냈다. 여기저기 가시덤불 사이로우후죽순 솟아난 이름 모를 꽃들의 이름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침묵의 시간을 깨고 대지로 달려온 초록의 희망을 이유 없이 봄과 함께 품어 주었다.
"캐나다"는 자연을 보호하고 훼손를 막기 위해 고사리 채취가 금지 되어있다.
며칠 전 공원을 산책하다가 갓 피어오른 고사리를 아내가 발견했다. 고사리 모습이 어린아이의 거머쥔손을 닮아 있었다. 오늘또다시공원을 찾았을 때에는풀 속에 듬성듬성 묻혀 자라나던 고사리가 어느새 덤불 틈 사이를 비집고 성숙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사리를 마주하는 순간 어머니를 먼저 생각해 냈다. 어머니의 봄 부엌에는 항상 산나물로 가득했었다. 하루는 어머니가앞치마에 고사리를 가득 품고 해거름이 다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숨고를 여유도 없이가마솥에 물을 끓여 고사리를삶아낸 뒤 저녁 식탁 반찬에 쓰일 양만큼만 남겨 놓으시고 나머지 고사리를 뜰채로 건져 찬물에 헹구어 낸 후 물기를 빼고 햇살이 가득 모인 곳을 찾아 벼 망을펴고 고사리를널어놓으셨다.
"준우 아빠 마침 돼지 뼈로 우려낸 국물도 있고 하니 오늘은 모처럼 육개장이나 만들어 먹을까요?"
아내는 산책길에 고사리를 목격한 후저녁 반찬으로 고사리 육개장을 생각해 낸 듯했다. 냉동고에는 오래전 한국에 계신어머니가 보내주신 묻은고사리가 있었다. 아내는 뼈로 우려낸 국물에 고사리와 숙주를 넣고소박한육개장을 만들어 저녁 식탁에 올렸다. 식탁에 놓인 육개장은코끝을타고 봄 냄새를 대신했다. 육개장이 입안으로 전해지는 순간쌉쌀하면서도 구수한 산 내음과 어머니의 손길이 가득 전해져 왔다.
저녁 밥상에 올라온 돌솥 비빔밥
어제 육개장을 만들고 남은 고사리와 한국 농장에서 직접 지배한 참나물을 가지고아내는비빔밥을 준비했다. 비빔밥에는작은 아들이 좋아한다는 배려가 묻어 있었고, 남편에게는 유난히도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다는 생각에돌솥 비빔밥을 준비하는 배려가 묻어 있었다.
고사리는 지구 상에 제일 오래된 식물이자 전 세계적으로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는 일류의 식물이라고 한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국가는 고사리를 인간의 식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야생동물의 먹잇감으로 자연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묻어 있다.특히 캐나다는 고사리 불법 채취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혹시나 고사리 불법 채취가 발각이 되면 벌금을 물게 하고있다. 이 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인간 우선주의 음식으로 쓰여가는 대조적인 상황을 가지고 간다. 우리에게 고사리는 예로부터 의미 있는 음식으로 전해져 왔다. 제사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제수 음식이자 국민 나물로 자리하고 있다.
오늘은 누군가에게는별것 아닐지도 모를 고사리를 가지고 맛을 음미해가고극찬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