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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ul 18. 2021

아빠표 국수가 가족 전통음식이 되었다

아내가 퇴근하고 집안에 들어서면서 주방 쪽을 두리번거리나 싶더니 이내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아내보다 일찍 퇴근해 오는 날에는 가끔은 간단한 저녁 식사 준비를 해왔었다. 오늘도 아내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방을 기웃거린 듯하다. 


"우리 오늘 저녁 뭐 먹을까요? 준우 아빠! 오늘 저녁 국수 어때요?"

아내가 저녁 메뉴를 말하고 있을 때쯤 나도 같은 생각으로 국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국수"라는 말을 동시에 꺼내어 손으로 서로를 가리키 찌찌봉을 외칠 수 있었던 찰나의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아내는 모처럼 남편이 만든 국수가 먹고 싶기도 했고, 저녁식사 준비를 남편에게 기대해 보려는 두 가지의 뜻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도 저녁으로 국수를 생각해 낸 것은 자진해서 저녁 식사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자신을 가지고 시간 내에 빠르게 할 수 있는 음식이 두 가지가 있다. 물론 두 가지 음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족으로부터 호응과 찬사를 얻어낸 음식이기도 하다. 그중 하나는 국수이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의 중간 사이쯤 되는 국수 정도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음식으로는 볶음밥을 들 수가 있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엄마의 음식 맛보다는 아빠의 후한 점수를 준 아들이 있다. 아내 역시 이런 나의 음식 맛을 진정성 있게 인정해 주었다. 두 아들이 어릴 때부터 아빠가 만든 음식을 먹기 시작했으니 이미 성인이 아들만큼 내가 만들어 낸 음식의 역사도 성인을 맞이했다. 멀지 않아 생겨날 손주대까지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잠시 생각에 흐뭇한 미소 지어본다.


국수와 볶음밥 대중적인 음식이기도 하고 간편식 정도의 간식과 혼용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사실 특별히 만드는데 공이 들어갈 것이 없는데 가족들은 정말 맛있게 환호하면서 먹어준다는 사실이다. 설마 환호라는 말에 오버액션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말 맞다.


국수 맛을 낼 수 있는 음식 재료가 특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부담 없이 김치만 있어도 국수 맛을 즐길 수가 있는 음식이 국수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가정 내 냉장고 안에 가지고 있는 어떤 재료이든 국수를 만드는데 가능하다. 특별한 재료가 있을 경우에는 맛의 크기가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오늘은 계획했던 저녁 메뉴가 아니었기에 기존 먹던 국수와는 달리 계란지단과 잘게 썰은 김치를 생략했다.

우선 국수에 들어갈 육수를 만들어낸다. 다시마멸치 정도는 보통의 기본재료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 이외에도 양파. 당근. 호박. 버섯. 대파 정도를 추가를 한 다음 어느 정도 끓는 물에 끓여내면 육수 특유의 은은한 향이 겉 들어진 육수가 만들어진다. 다음은 국수를 삶아내는 일을 남겨 놓고 있다. 어쩌면 국수를 삶아 내는 과정 속에 국수 맛의 행방을 가늠하는 비법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면발이 쫄깃쫄깃할 정도의 식감이 와닿아야 제맛이 나기 때문이 다.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수를 끊여 건져내는 순간의 타이밍이 중요하다.


삶아낸 국수를 적당량 손으로 가지런히 말아 올려놓는 형식으로 대접에 담고 후추와 들기름과 들깨, 다진 마늘. 파. 고춧가루로 양념을 하고  구워낸 김가루를 국수 표면에 골고루 뿌려낸 후 마지막으로 계란지단과 잘게 썰은 김치를 고기 고명대신 얹어 놓으며 아빠표 국수가 완성이 된다.


아내가 나와 비슷한 방법을 가지고 국수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 아빠가 만든 국수와는 맛이 사뭇 다르다고 한다. 물론 음식은 손맛이자 정성이라 했다. 음식을 만들 때에는 누구나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낸다. 아내 시 정성을 다했는데 맛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내는 나와는 달리 단것을 싫어한다는 것에 맛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국수를 만들 때 단맛을 내기 위해서 설탕을 사용한다. 보통 사람들은 설탕 자체만으로 대부분 단 맛을 내려한다. 나는 언제부턴 인가 설탕과 소금을 적절한 비율로 사용하다 보니 은은하고도 달달한 맛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냈다. 어쩌면 소위 말하는 나만의 황금 비율일지도 모른다.  아들은 그런 달달한 국수를 좋아한다.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단맛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아빠가 만든 국수에 익숙한지도 모른다. 아내가 먹을 그릇에 담긴 국수에는 달달한 설탕 대신에 약간의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아내는 맛있게 먹어 준다.


간단한 음식일지라도 양념의 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같은 방식을 가지고 만들었어도 맛이 제각각이다. 일종에 같은 양념을 사용하더라도 손의 감각에 따라 들어가는 양이 달라진다. 저울에 잰 것처럼 거의 정확하게 양념을 넣어줌으로 인해 음식 맛은 확연한 차이를 가져올 수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황금 비율이라 불렀고 이러한 황금 비율을 가진 사람을 손맛이 좋은 사람이라고 불렀다.


음식의 새로운 맛을 내기 위해 만들어 가는 것은 인생의 맛을 느껴가는 일과도 같을지 모른다. 또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먹고 자고 입는 의식주중에서도 나누고 먹는 일만큼 행복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의 모습에서 또한 행복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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