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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Sep 10. 2021

어머니의 배웅

안녕이라 말하지 않겠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과 노환으로 힘들어하시는 어머니를 누님의 권유로 지인이 운영하고 있는 요양원으로 거처옮겨 드렸다. 요양원은 누님 댁에서 도보로 3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어느 정도 걱정하고 위로했던 부분을 덜 수가 있었다.


요양원 침대에 누워계신 어머니의 팔다리가 모진 풍파에 깎여 내린 화석과 비슷한 모양이다. 다리에는 살집이 거의 없고 뼈만 남아 있는 듯한 야윈 다리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새 다리 모양과 흡사하게 닮아 있으셨다. 


2년 전 여름은 지독하게 무덥고 지루했던 시간과 사투를 벌여왔다. 여름이 끝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설 무렵 나는 한국을 떠나왔다.


어머니와의 작별인사는 마음이 착잡하고도 무거웠다. 왠지, 어머니 생전에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은 예감을 부정하기가 힘들었다. 어머니 나이 37세가 되던 해 산통의 진통 끝에 막내아들인 나를 세상 밖으로 어렵게 보내주셨다. 어머니는 올해 96세의 고령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담고 살아가고 계신다.


사람들은 천년만년 살 것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먼 미래의 욕심까지 움켜쥐고 살아가고 있다. 어머니에게도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자식의 확신이 있었다면 헤어짐이 그다지 무겁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고 살아야 삶에 보약이 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움만은 유난히 망각의 세월없이 매 순간 가슴에 담고 살아간다.


나는 다음날이면 머나먼 땅 캐나다로 떠난다. 떠나는 날 하루만이라도 철저히 망각하고 싶었다. 그립다 하여 이전처럼 단숨에 쉽게 달려올 수 있는 거리가 아닌 이유를 아는 까닭이다. 발걸음의 무게감은 마음의 무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분명 둘 다 나의 몸과 마음에 무거워진 무게이다.


 "어머니 조만간 다시 오겠습니다"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요양원 출입문을 빠져나왔다. 날씨가 지금 나의 마음을 닮아있다. 금방이라도 울음 섞인 비가 뿌려될 듯 하늘은 긴장된 슬픈 모습을 하고 있다. 전철역을 향하는 걸음 내내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몸 건강히 잘살아라"하시던 어머니의 배웅의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 될 것 같은 마음에 걷는 걸음걸이마다 무기력 해오기 시작한다. 들고 있던 우산이 어느새 흩어진 몸의 균형을 지탱해주고 서 있었다. 회색빛 도심은 하나둘 불이 켜져 가고 무거워진 터벅 걸음은 이미 전철 플랫폼 중앙에 멈추어 서 있었다.


어머니와 이별했던 시간이 벌써 소절 없이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떠나올 때 자식이 그토록 건강을 우려했던 상황과는 달리 아직까지 어머니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계신다는 소식을 누님을 통해 종종 전해 듣는다.


"어머니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뵐 수 있겠지요!" 만날 때까지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지내고 계세요, 나의 독백은 생각만으로도 마음에 평온함 다가선다. 의식 없이 하늘을 향해 두  펼쳐 두 손을 모아 본다. 하느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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