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곳간에서 손에 쥐면터질 것만 같은 잘 익은 홍시를 바구니에 담아 오셨다. 두 손으로 감싸 잡아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큼지막한 것으로골라오셨다. 홍시를 잡는 순간 곳간에 머물렀던 차가운 외풍의 환기까지도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한입 쏙 베어 물면 입안에 쫙하고 퍼지는 달콤함을 놓치지 않고 그날부터 홍시 맛을 기억했다.
"할머니!! 할머니도 하나 드셔 보세요"
"할미는 아직생각이없구나. 어여너나 꼭꼭 씹어 많이 먹으렴"
한참의 세월을보내고 나니"아직은 홍시가 생각이 없다" 하셨던 할머니의 이유를알 것 같다.
옛말에 "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할머니 곳간은 온갖 곡식을 채워갈 만한 경제적인 풍요는 없었지만 대신에 마음의 여유를 가득 품은 사랑의 곳간이었다
할머니손길의 흔적이 식어버린 지 오래된 곳간, 언제부턴가더 이상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을것만 같은 낯선 곳이되어갔다. 할머니의 사랑의 손길 대신 먼지만 자욱하다.
홍시가 열리면 할머니가 오실지도 모른다.
홍시가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내 할머니 모습을 닮은 그 홍시였으면 좋겠다.마음의 소망처럼 홍시가탐스럽게열렸는데도 할머니는 이내 오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