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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an 12. 2021

할머니와 홍시

홍시가 열리면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난다

가판대 중심에 눈길이 멈추어 섰다.

그곳에 홍시가 있었다.

빨갛게 익은 홍시가 철을 만났다.

"아 ~할머니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할머니의 생각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홍시는 할머니를 닮아있었다.

어느새 유년기 시절 기억 전부를 붙잡고 서 있었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순간 그리움에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욱하고 말았다.

"홍시가 열리면 우리 엄마(할머니)가 생각이 난다."  홍시라는 노랫말 일부이다.

노랫말에 속에 잘 익은 우리 할머니의 홍시가 열려 있다.


할머니는 곳간에서 손에 쥐면 터질 것만 같은  익은 홍시바구니에 담아 오셨다. 두 손으로 감싸 잡아야 겨우 손에 넣을 수 있는 큼지막한 것으로 골라 오셨다. 홍시를 잡는 순간 곳간에 머물렀던 차가운 외풍의 환기까지도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한입 쏙 베어 물면 입안에 쫙하고 퍼지는 달콤함을 놓치지 않고 그날부터 홍시 맛을 기억했다.


"할머니!! 할머니도 하나 드셔 보세요"

"할미는 아직 생각이 없구나. 어여 너나 꼭꼭 씹어 많이 먹으렴"

한참의 세월을 보내고 나니" 아직은 홍시가 생각이 없다" 하셨던 할머니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옛말에 "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할머니 곳간은 온갖 곡식을 채워갈 만한 경제적인 풍요는 없었지만 대신에 마음의 여유를 가득 품은 사랑의 곳간이었다


할머니 손길의 흔적이 식어버린 지 오래된 곳간, 언제부턴가 더 이상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낯선  되어갔다. 할머니의 사랑의 손길 대신 먼지만 자욱하다.


홍시가 열리면 할머니가 지도 모른다.

홍시가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 내 할머니 모습을 닮은 그 홍시였으면 좋겠다. 마음의 소망처럼 홍시가 탐스럽게 열렸는데도 할머니는 이내 오시지 않았다.

이전 09화 호칭에도 품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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