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을쇼핑하다 보면 속옷 매장은항시 그 어느 매장보다 화려한 변신을 꿈꾸어 가고 있다는생각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인 평상복을 진열해 놓은 매장에 비해 일단은조명부터시작하여 속옷의 색상 또한형용색색이고, 세련되고화려한 디자인은고객의 눈부터유혹해 나가기 시작한다.
간혹 속옷 매장을지나갈 때마다주변 눈치를 이유 없이습관처럼살펴보게된다.주변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치무엇인가를 훔치다가 들킨사람처럼 결국은매장 안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그 자리를 재 빠르게 빠져나오는 촌스러움까지 연출되었다.
예전의 행동과는 달리 그날은 큰 마음먹고 자신감 있게 속옷 매장에 멈추어 섰다. 여종원의 인사에도 관심의눈길조차 나누지 아니하고속옷에만 시선을 맞추기에 열중했다. 제품성능과디자인보다는 가격대부터살펴보는데 치중하였다. 가격표를보면서 믿기지 않는 가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속옷에 대한 익숙하지 않은 가격대를경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겉옷에 비해 속옷이 비싸야 하는이유를 묻고 싶은 불신감과 의문 투성이로 이어졌다. "왜 이리도 비싼 건지, "영혼 없는혼잣말을 내뱉고곧바로 뒤돌아매장을 빠져나왔다.
어느 날 속옷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예전 같으면 속옷을 바꾸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지만 오랜 기러기 생활로 인해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언제부턴가 내 몫이 되고 말았다. 때 마침백화점 야외 광장에서 유명 브랜드 속옷을 예전에 보았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고도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세일 행사를 하고 있었다. 디자인에 관계없이팬츠를 몇 세트 사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가 끝나고 사 가지고 온 속 옷으로갈아입었다.생각보다 착용감은 물론 디자인부터 색상까지도 예전에 입던 팬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왔다. 사실기분상 새것이라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비싼 만큼의 가치에인정을 해야 했다.
겉옷은 주로남을 의식한 외적인 모습으로 역할의 비중이 크다면 속옷은 사실 남을 보여주고 의식할 어떤 이유도 없다. 자신만이 느껴갈 수 있는 내적인 만족감이면 속옷의 기능으로서 최상일 것이다.
그동안 알지 못한 속옷의 착용감에 대한 진실이라는 새로움에 믿음까지도 아울러 생겨났다.아마도 별것 아닐 것 같았던 속옷에서 자신감 같은 것을 얻어 낸 것은 아닐까 싶다.
속옷은 어쩌면 삶의 참모습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 진정 내면적인 성숙함과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진정한 삶의 값진 교훈의 가치를 속옷을 통해얻어낸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