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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May 12. 2021

속옷에도 품격이 있다

속옷의 만족

백화점을 쇼핑하다 보면 속옷 매장은 항시  어느 매장보다 화려한 변신을 꿈꾸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인 평상복을 진열해 놓은 매장에 비해 일단은 조명부터 시작하여 속옷의 색상 또한 형용색색이고, 세련되고 화려한 디자인은 고객의 눈부터 유혹해 나가기 시작한다.


간혹 속옷 매장을 지나갈 때마다 주변 눈치를 이유 없이 습관처럼 살펴보게 된다. 주변 사람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마치 무엇인가를 훔치다가 들킨 사람처럼 결국은 매장 안을 둘러보지도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그 자리를 재 빠르게 빠져나오는 촌스러움까지 연출되었다.


예전의 행동과는 달리 그날은 큰 마음먹고 자신감 있게 속옷 매장에 멈추어 섰다. 여종원의 인사에도 관심의 눈길 조차 나누지 아니하고 속옷에만 시선을  맞추기에 열중했다. 제품 성능과 디자인보다는 가격대부터 살펴보는치중하였다. 가격표를 보면서 믿기지 않는 가격을 이해하지 못했다. 속옷에 대한 익숙하지 않은 가격대를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다. 겉옷에 비해 속옷이 비싸야 하는 이유를 묻고 싶은 불신감과 의문 투성이로 이어졌다. "왜 이리도 비싼 건지, " 영혼 없는 혼잣말을 내뱉 곧바로 뒤돌아 매장을 빠져나왔다.


어느 날 속옷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속옷을 바꾸는 일은 아내의 몫이었지만 오랜 기러기 생활로 인해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여 모든 것이 언제부턴가 내 몫이 되고 말았다. 때 마침 백화점 야외 광장에서 유명 브랜드 속옷을 예전에 보았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고도 만족할 만한 가격으로 세일 행사를 하고 있었다. 디자인에 관계없이 팬츠를 몇 세트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가 끝나고 사 가지고 온 속 옷으로 갈아입었다. 생각보다 착용감은 물론 디자인부터 색상까지도 예전에 입던 팬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어왔다. 사실 기분상 새것이라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비싼 만큼의 가치에 인정을 해야 했다.

 

겉옷은 주로 남을 의식한 외적인 모습으로 역할의 비중이 크다면 속옷은 사실 남을 보여주고 의식할 어떤 이유도 없다. 자신만이 느껴갈 수 있는 내적인 만족감이면 속옷의 기능으로서 최상일 것이다. 


그동안 알지 못한 속옷의 착용감에 대한 진실이라는 새로움에 믿음까지도 아울러 생겨났다. 아마도 별것 아닐 것 같았던 속옷에서 자신감 같은 것을 얻어 낸 것은 아닐까 싶다.


속옷은 어쩌면 삶의 참모습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모습이 아닌 진정 내면적인 성숙함과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진정한 삶의 값진 교훈의 가치를 속옷을 통해 얻어낸 기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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