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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29. 2020

아버지의 밥상

사랑으로 품은 모자의 정

식사 때가 다가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 은근히 행복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식사를 직접 준비하는 아내들의 생각은 말 그대로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옛날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들은 허기진 배만 채우고 나무사히 하루를 넘겼다는 안도감에 감사했던 암울한 과거의 역사가 있었다. 지금처럼 맛 감. 질감을 음미하고 즐겨가는 것과는 구분이 달랐다. 그렇다고 먹어서 채울 수 있을 만큼의 포만감을 느낀 것도 아니었다. 단지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절박함의 생존 가치와도 같았다.


가을 추수가 끝나고 겨울로 접어드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사이에 간격을 두고 김장철이라는 중요한 예식이 찾아온다. 특별하게 먹거리가 넉넉하지 못했던 시대는, 겨우내 저장해 놓고 먹을  있는 것은 선택의 여지없이 김장 김치뿐이 없었다.


겨우내 황패 했던 들판을 중심으로 새순이 돋아 나고 봄이 찾아온다. 자연이 내려준 냉이가 고개를 들어 봄의 식탁이 풍성하게  머문다. 이처럼 계절이 바뀌는 길목마다 소박한 식탁에는 계절적인 행복을 안겨 주었다.


동네 대소사가 있는 날에는 사육하던 소. 돼지를 어렵사리 잡아 올린 나눔의 식탁이 존재되어 갔다. 요즘처럼 코로나 시대에는 차라리 예전 배고팠어도 그 시대의 삶이 차라리 행복하지 않았나 하는 인간미 넘쳐나던 옛날을 그리워하게 다. 비록 먹거리는 풍족하지 않았지만 이웃 간에 나눔 정겨움이 있었 시대다.


가족 식탁의 역사도 추억이 소환되어간다. 추억과의 만남에는 아버지가 존재하고 계셨다. 아버지는 읍내 장날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푸줏간에 들려 고기 한 덩어리를 사 가지고 오셨다. 지금처럼 부위별로 구분되어 파는 고기는 없었던 시절기억된다. 어머님은 고기를 한입 크기로 깍둑썰기 해서 돼지 국을 끓여 내셨다. 지금 식당에서 내놓는 장터 국밥 내지는 돼지국밥 메뉴가 아마도 그때 어머니가 끓여낸 국과 흡사 해던 것 같다.


특별한 음식이 식탁에 올려지는 날에는 준비한 음식을 할머니 댁에 먼저 갔다 드리고 난 후에나 가족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로 되어 있었다. 집에서 걸어서 십분 남짓한 곳에 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그 후 할머니가 돌아가시 밥상 섬김의 예절은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집안 대소사가 진행될 때마다 대부분의 가정은 가족 내 주방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게 된다. 형식과 번거로움을 줄이고 간편 위주의 자율스러운 형식을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식탁 문화의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음식은 손맛이라 했다. 정성이 들어가고 나누어 먹어야 맛이 난다는 말 있다. 언제부턴가 그 옛말도 실종되어 가고 없다. 관습과 절차 따위는 시대적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현대인들은 접근해가고 있었다. 갈수록 자기 중심주의는 먹는 것 까지도 홀로라는 혼식 주위로 변해갔다. 물론, 혼식뿐만 아니라 혼술까지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혼자라는 자체가 자연스러운 시대이다. 남에게 간섭받지 않아도 되고 어떤 형식이든 구애됨 없이 번거로운 형식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웃어른을 우선으로 섬기는 세상은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섬김의 형식을 벗어나 시대의 흐름에 우선이 되어가는 세상이다. 과거 아버지에게서 부모 곤경이라는 가르침이 있는 섬김의 밥상을 실천하지 못하고 결국은 자연스럽게 시대 변화에 흐름을 타고 가는 자식은 어쩌면  아버지에게 불효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항상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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