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빌리지 (Value Village) 그곳에 가면 내 주변에서 떠나버린 소중한 것들이 있다.
유행이 바뀌었다는 이유로얼마 입지 않은 옷이 주인의 따뜻한 체온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장롱 속을 떠나야 하는 사연이 있다. 이러한사연의 물품을 우리는 서슴지 않고 중고라고 불렀다.
캐나다에는 밸류 빌리지 (Value Village)라는 중고 물품 대형 매장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안 쓰는 물건을 도네이션 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실수요자와 만날 수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일상의 가정 내에서 사용했던 헌 옷부터 시작하여 식기류까지 온갖 중고 물품들이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있다. 간혹 물건 중에는 쓰레기에 가까울 정도의 실망스러운 중고 물품도있다.
신발진열대에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한다. 진열 상품은 얼마 신지 않은 신발도 아니고 그렇다고 값비싼 메이커 신발도 결코 아니다. 중고 신발에 관심이 모아진다. 과연 신던 신발이 팔려 나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남이 신던 신발을 신으면 그 신발의 주인이 갖고 있던 나쁜 운이 신발을 신은 사람에게 옮겨간다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어 선입견이 먼저 생겨난다.
매장 안에는 순전히 중고 용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포장도 안 뜯어낸 가격 저렴하고 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얻어간다.
옷 진열대에 걸려 있는 옷의 종류는 디자인은 물론 색상까지도 다양하다. 상당 부분 매장 안에는 옷으로 채워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몸에 맞고 편한 옷을 우선으로한다. 독특한 자기중심의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유행에 그다지민감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패션 바람은 매년 찾아오는 태풍급이다. 한번 유행이 스치고 지나가면 값비싼 옷일지라도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눈에 담은 기억마저도 빠르게 잊혀 가버렸다.
밸류 빌리지( Value Village)를 갈 때마다 진열대에는 새로운 물건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인종이 모여 형성된 국가라는 점에서 각국의 전통적이고 이색적인 물건들로 흥미를 더해 간다.
88올림픽 티스푼 세트 기념품
진열대 앞에서 익히 낯익은 반가운 물건을 만났다. 88 올림픽 기념품인 티스푼 세트이다. 기념품은 이미 33년이라는 건장한 성인의 나이를 맞이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감이 전혀 없어 보인다. 횡재한 기분으로 2불도 안 되는 가격을 재빠르게 지불하고 쇼핑카트에 담아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면 가장 먼저 눈에 띌 수 있는 정면 부분에 올림픽 기념 티스푼 세트 액자를 걸어 두었다.
하회 별신굿 탈 기념품 액자 (hahoe byulshinkut)
쇼핑을 할 때마다 한국 물품이 진열대에 진열되어 있는지에 관해 제일 먼저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어느 날은 하회 별신굿 탈 기념품 액자를 발견했다. 액자 하단 왼쪽 모서리 부분이 약간의 파손이되어 있기는 했지만 우리의 전통 기념품을 외국에서 얻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쇼핑은 의미 있는 대 성공을 거둔 셈이다. 사 가지고 온 액자를 어디에 걸어 둘까 고심 끝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작은 아들 방에 걸어 두었다.
어떤 날은 한문으로 쓰인 한시나 붓으로 그린 작품을 만날 때도 있었다.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다 보니 국적 불명의 작품이 어느 나라 작품인지 분간할 수 없어 안타까운 발걸음을 돌려야 할 때도 많았다.
밸류 빌리지 (Value Village) 그곳은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물건들로 넘쳐 난다. 매장 안에는 정체불명의 알 수 없는 냄새로 가득하다. 가끔은 코끝의 저항을 거세게 받아 가기도 하지만그곳에 가면 왠지 모를 낭만 같은 것을 슬쩍 느껴갈 수 있어 나는 오늘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