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커피로 종종 아침식사를 대신한다.아내는 신선한 원두커피를 내리는 동안 한쪽 커피 포트에는 물 끓는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서로의 커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메리카노 스타일이면 난 달달한 커피 믹스에만족해하는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다.방금 끓인 물에 커피 믹스를 넣고젓가락으로 한두 번 휘저으면 커피가 완성된다.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달달한 커피 향이 코 끝에 친근하게와닿는다.
커피잔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아내만의 커피잔이 따로 있다.나는 컵에어떤 것을 담아가는지에 따라 컵의 이름이 수시로 바뀌어 가는 물컵이 전부이다.
오늘 아침 아내가 마시는 전용 커피머그컵이유난히도 이뻐 보인다.며칠 전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가지고 온선물이다. 물론 아빠인 나에게도 컵이 아닌 다른 선물이 있었다. 이쁜 모양을 가진 컵에 커피를타 마시면 어떤맛이 날까,커피잔과 관련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내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느닷없이 찬장 깊숙한 곳에서머그잔 하나를 꺼내어 왔다.머그컵바닥 부분에스티커가 붙어 있는 상태를 보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컵이다. 앞쪽부분에는 스타벅스를 상징하는여신의 모습이뒤쪽 부분엔KOREA라는문구와 함께북청사자놀음 캐릭터가 새겨져있었다. 아내가 건네준 머그컵은 예전한국 방문 당시 지인으로부터 받은선물이라고한다.
오늘은 아내가 건네준 한국형 스타벅스 머그잔에 믹스커피를 타마셔 보았다. 내 것이라는 새로운소유 의식 절차 때문일까, 다른 때와 달리 머그컵에 담긴 커피 향이은은하게다가오는 느낌이다.
커피에는 코 끝으로 전해져 오는그윽한 향이 있고, 커피잔에는 무수히 많은 감미로운단어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혼자서도커피를 마셔가는 일은 지루하지 않은침묵의 시간이었다. 서로가마셔가는자리엔 향기로운 대화가커피잔에 담겼다.
커피믹스는어떤 잔에 담아도 어색하지 않은막걸리와 흡사한모습을닮아 있다. 머그컵에커피 믹스를 담았다. 혀 끝에 와닿은 맛과 코끝에 묻어온 향은 원래대로의모습으로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