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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13. 2021

커피 맛의 진실

나는 아직도 컵에 담긴 향기보다는 달달한 커피믹스 맛이 좋다

빵과 커피로 종종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아내는 신선한 원두커피를 내리는 동안 한쪽 커피 포트에는 물 끓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서로의 커피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메리카노 스타일이면 난 달달한 커피 믹스에 만족해하 촌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방금 끓인 물에 커피 믹스를 넣고 젓가락으로 한두 번 휘저으면 커피가 완성된다. 향은 강하지 않았지만 달달한 커피 향이 코 끝에 친근하게 와닿는다.

커피잔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아내만의 커피잔이 따로 있다. 나는 컵에 어떤 것을 담아 가는지에 따라 컵의 이름이 수시로 바뀌어 가는 물컵이 전부이다.


오늘 아침 아내가 마시는 전용 커피 머그컵이 유난히도 이뻐 보인다. 며칠 전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 가지고 온 선물이다. 물론 아빠인 나에게도 컵이 아닌 다른 선물이 있었다. 이쁜 모양을 가진 컵 커피를 타 마시면 어떤 맛이 날까, 커피잔과 관련해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내가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느닷없이 찬장 깊숙한 곳에서 머그잔 하나를 꺼내어 다. 머그컵 바닥 부분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상태를 보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컵이다. 앞쪽 부분에는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여신의 모습이 뒤쪽 부분엔  KOREA라는 문구와 함께 북청사자놀음 캐릭터가 새겨져 있었다. 아내가 건네준 머그컵은 예전 한국 방문 당시 지인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한다.


오늘은 아내가 건네준 한국형 스타벅스 머그잔에 믹스커피를 타 마셔 보았다. 내 것이라는 새로운 소유 의식 절차 때문일까, 다른 때와 달리 머그컵에 담긴 커피 향이 은은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커피에는 코 끝으로 전해져 오는 그윽한 향이 있고, 커피잔에는 무수히 많은 감미로운 단어가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혼자서도 커피를 마셔가는 일은 지루하지 않은 침묵의 시간이었다. 서로가 마셔가는 자리향기로운 대화가 커피잔에 담겼다.


커피믹 어떤 잔에 담아도 어색하지 않은 막걸리와 흡사한 모습을 닮아 있다. 머그컵에 커피 믹스를 담았다. 혀 끝에 와닿은 맛과 코끝에 묻어온 향은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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