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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17. 2021

라면은 과학이다

라면 먹고 갈래

아들은 오후 2시 반경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 점심은 먹고 온 거야?"

아들을 위해 부터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준비한 아내의 수고스러움이 있긴 했다. 점심을 먹었어도 뒤돌아서면 한참 배고픈 나이를 감안한 아빠의 마중 인사이다.

" 고프면 아빠가 라면이라도 끓여줄까?"

"아니요 괜찮아요"

"아빠 들어가서 좀 쉴게요"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무거워 보여왔다. 아마도 코로나 이후 학교 등교와 맞물린 대면 수업이 심적으로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방으로 들어간 지 채 오분도 안되어 방문 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들은 방문 틈 사이로 능청스럽게 얼굴 빼꼼 내밀었다.

"아빠! 라면 하나 끓여주시면 안 될까요?"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어쩌면 오랜만에 아빠가 꿇여주는 라면이 먹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들을 위해 특별하지 않은 특별(?)한 라면을 준비 하기 시작했다. 라면 끓는 물에 양파와 애호박 그리고 당근. 파. 양송이버섯 등을 송송 썰어 넣었다. 사실 이것저것 가릴 필요 없이 야채 통에 있는 재료가 총동원된 셈이다. 물론 국수에 지단. 고명 격이라 할 수 있는 계란을 라면에 풀어 넣고 잘게 썬 파를 얹어 놓았다.


들은 라면 한 젓가락 맛을 보는 순간 주저 없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온.

"아빠는 라면 하나만큼은 정말 맛있게 끓이는 것 같아요"

"정말?"

"네 정말 맛있어요"

"김치라도 줄까?"

"아니요. 라면이면 돼요"

아무리 라면이 맛있다 할지라도 김치 없이 제맛이 날까, 아들은 오랫동안 밑반찬 없는 라면에 길들여져 있었다.


사실 라면을 끓이는 일은 누구나 간편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 단순한 과정 중 하나. 하지만, 라면을 끓이는 과정에서 간단한 조리 방법을 저버리거나 놓쳐버리면 라면 본래 맛을 찾기어렵다. 


라면을 끓일 때 내 나름대로 오래된 원칙 두 가지가 있다.  

번째는 적당하게 물의 양을 맞추는 일이다. 물의 양이 비교적 많거나 적으면 싱겁거나 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번째는 라면을 끓일 때 불의 강약 조절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퍼지거나 밀가루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 차별화된 라면의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라면은 간편식 패스트 식품이라 하여 간식 용도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야밤에는 야식으로, 애주가들에게는 전날 과음으로 불편해진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라면이라는 용도까지 변신의 범위가 넓혀진다. 밥하기가 귀찮거나 바쁠 때에는 간단한 한 끼 식사가 되어주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사람이나 혼자 사는 자취생까지친근하게 서민의 라면으로 찾아왔다. 그뿐만 아니다. 실내외 장소 구분 없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접근성용이하다는 것만으로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라면이 될 수 밖에는 없었다.


외국에 햄버거가 있다면 한국인들에게는 당연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라면은 아닐까,

 

라면의 변신은 어떠한 제약이나 제 없이 무제이다. 모두가 라면 맛을 거부하거나 사소한 이유를 달고 투정을 부리지 않았다. 지금껏 먹어온 라면 면발의 길이는 얼마 정도나 될까,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우리는 과학이라는 궤도 위에 라면을 올려놓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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