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종섭 Oct 25. 2021

가을로 가는 새우

가을의 제철 음식에는 새우도 있다

가을로 가는 길 풍성하다. 보고 , 느끼고, 먹는 것 까지 어느 것 하나 풍성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제철을 만난 과일부터 시작해서 집 나간 며느리도 다시 돌아온다는 전어까지 가을엔 온갖 것들이 제철을 맞이했다.


집 앞 대형마트 냉동식품 매장에는 제철과 상관없이 계절을 건너뛴 것들로 넘쳐난다.

간혹 유통기간에 상관없이 가격 할인 행사에 들어간 상품을 목격하게 되반드시 발길을 멈춰 상품을 관심 있게 살펴보게 된다.


지금쯤 가을 생새우가 한국에서는 철을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에는 한국처럼 어장이 풍요롭거나 유통이 자유롭지 않아 생새우 대신 냉동새우가 냉동진열장에 나와 있다. 마침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가진 새우가 가격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캐나다에서살아 있는 생선을 만나기 쉽지 않다. 살아 있는 생선은 유통과정부터 시작하여 규제가 엄격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 냉동 생선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수족관을 운용하는 곳도 있긴 하다. 그 대표적인 곳이 T&T라는 중국 대형 마트이다. 그곳에는 어종이 사실상 단순하다. 몇 가지 어종의 활어 일부와 킹크랩. 던진 니스 크랩(Dungeness Crab) 정도가 수족관에 전부이다.


수족관에 살아 있는 새우는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갓 잡아 올린 팔딱팔딱 뛰는 새우를 기대하는 것결코 아니고 국적 불문의 새우일지라도 이것저것 조건을 생각해 내지 않아도 새우이면 될 것 같다.


사 가지고 온 냉동새우를 아내가 이미 자연해동을 시켜 놓았다. 새우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을까 한참 고심 끝에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 비도 오고 술안주를 대신할 수 있는 요리 방법을 찾아냈다.


유튜브에 새우 요리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았지만 참고 상황일 뿐 그냥 내 방식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실행에 옮겼다.


일단 새우 찜이 아닌 튀김을 생각해 냈다.

우선 새우 등부분 두 번째 마디 부분을 요지를 사용해서 내장을 제거했다. 물론 내장 제거 방식은 유튜브에서 얻어낸 방법을 이용했다.


기름으로 튀기지 않고 기름으로 볶는 요리방법을 택했다. 우선 새우 등부분을 세로 방향으로 머리 부분에서 꼬리 가까운 부분까지 길게 칼집을 냈다. 식감의 부드러움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왕이면 그냥 볶는 것보다는 살짝 튀김가루를 묻혀 볶으면 아삭아삭한 맛을 즐겨 갈 수 있을 것 같아 튀김가루를 사용하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아쉽게도 집에는 튀김가루가  떨어지고 대신 참쌀 가루가 준비되어 있었다. 아쉬운 대로 찹쌀가루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불을 약하게 하고 프라이팬을 살짝 달군 다음  다섯 스푼 가량의 식용유와 다진 마늘을 넣고 새우를 볶아댔다. 혹시 모를 비린내 제거를 위해 맛술 두 스푼과 새우에 간을 맞추기 위해 약간의 소금도 같이 첨가해 주었다.


새우를 볶는 과정 중에 오징어 버터 구이를 갑자기 생각해 냈다. 새우볶음에도 버터를 넣으면 맛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다행히 집에 버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버터를 냉장고에서 찾다가 덤으로 통마늘까지 재료로 얻어냈다.


요리를 하면서 특별하게 정해 놓은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요리 도중에라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실행에 옮겨 갔다. 더구나 요리에는 누구나 독창적인 자기만의 색깔도 존재하기 때문에 생각이 자유로워야 한다.

요리가 완성된 새우볶음 요리를 그릇에 담고 먹기 전 인증삿눌렀다. 왠지 냄새만으로도 새우 요리 맛의 확신이 생겨난다. 우선 아내에게 무료 시식평가의 기회를 주었다.

"와우 정말 맛있는데요!!"

대답은 짧고 여운은 긴 명확한 답의 평가를 가져다주었다. 정말 맛을 보니 아내의 말처럼 기대 이상의 대 만족이다.

"내가 만든 새우 요리 솔직히 백종원 요리보다 훨씬 더  맛있지 않아?"

"여기에 백종원이 없으니 당신 요리가

당연히 맛이 있지요"

아내의 화답그만 웃음이 뻥 터져버렸다.


음식도 종합 예술에 가깝다. 어쩌면 창작하는 글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하게 된다. 정해져 있는 누군가의 레시피를 모방하기보다는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할 수 있는 요리의 창작이야 말로 독창적인 맛을 지닌 지구 상에 하나뿐이 없는 자신의 유일한 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요리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80대 할머니가 매일 담배꽁초를 청소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