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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Nov 03. 2021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인연이란 가장 소중한 만남이다

친구가 세상과 이별을 했다. 떠나가 버린 친구와는 먼 옛날 청운의 꿈과 희망을 담고 교정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생이기도 하지만 다른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에 있는 아내가 어느 날 격양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준우 아빠 내가 지금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는데 시댁이 강화라고 하네요"

"그 집 남편 나이가 몇 살인데"

"준우 아빠랑 동갑이래요."

아내는 친구 시댁이 강화라는 말에 순간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기뻤던 것 같다. 물론 고향 동갑내기라고는 하지만 동명이인처럼 몇 사람에 불과한 이름도 아니고 소도시라고는 하지만 동갑내기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내의 전화를 받고도 관심 없이 흘려버렸다. 

"아직도 시댁 부모님이 강화에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친구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아내의 말에 어쩌면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반신반의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친구의 이름을 물어보기 전에 동네가 어딘지를 먼저 물어봐야 순서인 것을 알면서도 기대감 없이 이름만을 아내에게 물어보았었다. 잠시 후 아내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이름이 황정환이라고 하네"

순간 잠시 귀를 의심했다.

"그럼 동네는?"

"심산리라는 동네에 살았다고 요"

"준우 아빠 동네 이름 들어본 적 있어요?"

"그 친구 우리 중학교 동창생이 네"

세상이 넓으면서도 좁다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다. 그것도 한국에서도 아니고 머나먼 외국에서 우연찮게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친구는 이란성 쌍둥이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친구는 쌍둥이 동생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처음에는 얼굴이 닮지 않아 쌍둥인지를 몰랐었다. 형은 성격이 과격하고 거친면도 있지만 동생은 반면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친구랑은 특별히 친하게 지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같은 반을 한번 해 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우린 그렇게 서로의 아내들 덕분에 오랜 세월 잊고 지내온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친구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내와 자녀를 유학 보냈그 친구와 나는 서울에서 비슷한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후 나는 기러기 생활을 청산하고 캐나다에 정착을 했고 친구는 그때까지도 혼자 서울에 남아 생활을 하고 있었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을 열고 있을 때 친구 아내가 다급하게 소식을 전해 왔다. 친구가 그동안 암 치료로 입원했던 병실을 나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방금 전 임종실로 자리를 옮겼다는 비보를 전해 온 것이다.


친구는 건강검진 과정을 통해 뒤늦게 대장암을 발견했. 아쉽게도 발견 당시 대장암은 이미 말기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수개월 동안 사력을 다해 암 치료를 해보았지만 결국은 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떠밀려 임종실에서 마지막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아내의 연락을 받고 난 후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친구는 젊은 나이를 세월에 미련 없이 묻어 버리고 혼자 훌쩍 세상을 떠나가 버렸다. 나는 친구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어떤 절규를 했을지 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자 했던 내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했던" 문장 하나가 갑자기 떠올라진다. 아마도 친구의 심정 또한 오늘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고 싶어 하는 삶의 진념으로 단 하루라도 살기를 발버둥 치다가 눈을 감았을지도 모른다.


겨울로 향해가는 길은 한 주 동안 계속 비가 내린다. 오늘은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이 갑작스레 밀려든다. 비의 쓸쓸함과 낙엽의 외로운 감정까지도 함께 묻어가고 다. 붉게 불타오르던 낙엽은 주인을 잃고 분명 흐느끼며 길거리를 뒹굴고 있었다. 낙엽의 움직임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우리 삶이 낙엽의 마음을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우리 각자의 삶이 어쩌면 바닥에 뒹글고 몸 부리 치는 낙엽의 존재감 같은 아니었을까, 가을은 만남이 아닌 이별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계절이다. 매년 느끼는 외로운 낙엽의 감정이 아닌 은은한 낙엽의 마음으로 우리의 삶도 영원히 아름답게 남아져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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