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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줍다

낡은 감성

감정과 감성 사이

by 김종섭

감정이 죽어간 것일까,

낡은 감성만이 침묵으로 남아있다,


부딪치고 무뎌져 버린 생각의 끝,

오늘을 지켜내기 급급했던 감정들,

모처럼 끌어내려 느끼려 했던 감성은 사치였을까,


낡은 감성이나마 남아 있는 것이

나의 유일한 감정이었다.


요즘은 감정 호흡이 일정하지가 않았다.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어떤 날은 분노할만한 감정까지도 생각의 회전을 멈추고 관심 밖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계속 나이 탓만 하고 있다. 마음의 굴곡 회전이 느려지는 듯하다. 뒤돌아서면 거짓말처럼 잊어버리는 일들이 많아져 갔다. 심지어는 어제 있었던 일까지 오랜 시간을 더듬어야 기억을 되돌려 올 수가 있었다. 이미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단순해져 버린 감정 탓은 아닐까도 싶다.


예전에는 감정을 앞세워 풍부한 감성을 만들어 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을 붙잡고 있는 것은 추억이었다.


비만 와도 감정은 감성을 호소했었다.

내리는 빗소리만 들어도 조건 없이 하루를 담아가기에 충분했던 감성이 어느 날부터 이유 없는 나이 탓으로 떠나 버렸다.


낙엽의 이름으로 채워진 만추의 시간,

눈시울 뜨겁게 감성에 호소했던 날의 마음은 오간데 없고 낙엽 떨어지는 소리마저 동요 없이 늦은 가을을 무심코 떠나보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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