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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29. 2021

오십 대를 보내면서

침묵하는 세월이 나이를 만들어 간다

어렸을 때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학교와 가족이라는 공동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스러운 사회 환경을 가지고 싶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청소년 때에는 어른들의 세상은 아무런 제약 없이 모든 것이 자유롭다고  믿어왔다.


19세가 되면서 세상은 조건 없이 성인으로 인정해주었다. 과거에 호기심만 가지고 있던 술. 담배가 제일 먼저 유혹으로 다가왔다고, 주변 눈치 살펴볼 필요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또다시 머리를 삭발하고 군대에 입대하면서 자유의 반을 잃어버렸다. 군복 대신 예비군복을 입고 제대하던 날 성숙성인으로 재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그때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를 넘겨가고 있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무게감을 두고 기다려 왔는지 모르겠다.


20대가 떠나가려는 마지막 해 결혼을 했다. 그리고 일 년 후인 30살에 첫아들을 얻었다. 백일도 안된 아들을 안고 여의도 고수부지에 봄 나들이를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눈길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기를 안고 있는 아내와 아빠의 모습이 어색해 보였던 모양이다. 애가 애를 낳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때는 "젊다. 어리다. 애들 같다"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것이 너무 싫었다. 밖에 나가면 어엿한 결혼까지 한 사람을 성인으로 인정해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도 어른 대접을 받고 싶었던 바람이 깊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은 흔적을 남겨 놓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훌쩍 30대떠나보내고 낯설기만 한 4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때는 40대라는 어감 자체부터가 거북스러웠다. 젊음을 송두리째 아사가 버릴 것만 같은 무거운 마음으로 40대를 맞이하였다. 40대에자잘한 일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내 생애에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가져다준 제일 행복했던 시기로 기억된다.


오십 대가 되면서 삶에 굴곡이 많아졌다. 굴곡이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변화된 일들이 많았다는 설명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오십 대에는 웃음을 잃어버린 날이 많았다. 흔히들 일이 풀려가지 않을 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처럼 모든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순조롭지 않았다. 늦은 이민이라는 새로 환경에 적응하려 했던 시간에 대한 인내의 부족함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오십은 스스로의 깨달음이 있어야 하는 시기이다. 포기해야 할 것과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구분되어 기다리고 있다. 살아가면 갈수록 세상이 어려워지고 정의할 수 는 정답을 흔쾌히 찾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 많이 하게 된다. 세상을 너무 많이 알고 있는 탓은 아닐까. 아니면 의도와는 상관없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일까, 어떤 것이라고 꼭 집어 정의할 수 는 것들이 분명 존재되어 가고 있다. 물론 자꾸 나이가 들어가면서 움츠려져 가의욕 상실 탓일 수도 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나약함으로 바뀌어 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제 6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100세 인생에 절반의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가져 가지만 왠지 모를 막막한 가슴은 쉽게 풀려가지 않았다. 누구나 세월 가면 나이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겠지만 무엇인가 갈수록 정체된 느낌을 받는다. 어떨 때에는 정체된 곳에서 더 이상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사실 생겨난다. 새로운 현실은 시간부터 멈추거나 양보하지 않았다. 한 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올 한 해 성과를 뒤돌아본다. 작년과 올 한 해의 일들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2년 동안 팬더믹으로 인해  반복되어온  일상의 단조로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새해에는 한 살의 의미를 부여하는 민감한 반응보다는 우리 안에 코로나 없는 세상의 자유를 누려보고 싶다는 첫 번째 바람의 소망을 담아보고 싶다.


여러분 모두에게 새해에는 소망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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