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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11. 2021

아들이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2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의 선물 보따리는 가족을 생각하는 정성이 가득하다. 아내에게 먼저 구찌 핸드백을 선물로 전했다. 사전에 가지고 싶어 하는 선물을 타진한 듯하다. 아내의 선물과는 달리 아빠의 선물은 가격보다는 아빠의 취향을 먼저 읽고 있는 정성의 노력이 보인다. 안동 출장 중에 준비해 두었던 안동 소주와 함께 용량이 많이 담긴 페트병 소주를 준비해왔다. 캐나다에서의 한국 소주가 값 비싼 양주로 변신하는 것을 염두에 둔 선물인 듯하다. 그 외에도 세계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한국산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스포츠 웨어와 함께 외출할 때 입을 두터운 잠바까지 꼼꼼히 챙기는 섬세한 배려의 선물을 준비해왔다. 또 다른 짐 상자 안에는 과자가 종류별로 가득 차 있다. 이역시도 동생에게서 미리 주문된 선물이라고 한다.


가족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시간의 준비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 누구보다 나는 잘 알고 있다. 나는 과거 7년 동안 가족 떨어져 살면서 가족 방문을 할 때마다 한정된 수화물 규격과 무게를 놓치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최대한 많이 담아가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보따리를 쌓던 기억처럼 아들도 짐을 싸면서 아빠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선물을 준비했던 시간과 정성에 비해 막상 보따리를 펼쳐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선물 보따리가 왠지 작아 보이는 아쉬움 같은 느낌을 항상 가졌었다. 물론 선물이어야 하는 것보다 가족을 만난다는 우선의 기쁨이 더 컸지만 그동안 소홀했던 그리움을 어느 정도 선물로 보상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물이라는 것은 특히 가족에게 있어서 값비싼 선물보다는 정성이 담긴 마음의 선물이 최고의 가치가 있는 선물이겠지만 때로는 가지고 싶은 것이 비싸다는 이유로 가지지 못한 선물을 가족의 누군가가 대신 채워줄 수 있는 선물 또한 의미는 있어 보일 수 있다.


아들은 며칠 동안 문밖을 나서지 않고 집에서 모처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이라는 이유만으로편안하고 힐링이 된다고 한다. 2년 동안 제일 그리웠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집밥이 제일 그리웠다고 한다. 혼자서 그동안 느껴왔을 외로움과 그리움의 시간들을 아들이 잠시 있는 집에 머물러 있는 동안 되도록이면 가족 모두가 같이 보내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한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이때쯤이면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이 더욱더 그리워졌고 그동안 잊고 있던 사람들까지도 그리워졌다. 올해는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할 때까지도 그리워하지 않아도 서로의 호흡과 시선을 마주할 수 있어 한해를 무겁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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