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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an 19. 2022

아들은 캐나다 대륙 횡단 열차를 타고 한국으로 떠나갔다

이번에는 공항의 이별이 아닌 색 다른 배웅을 했다

여행이 시작되는 날 기차를 타러 서울역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오랜 기억은 "설렘"이었다고 기억은 이야기해주고 있다. 오늘 큰아들이 캐나다 횡단 열차를 타고 밴쿠버를 떠났다. 예전 같으면 공항까지 배웅했을 이별의 공항은 아니었다. 아들 혼자가 아닌 아내가 동행을 했다.

밴쿠버 역 (Vancouver train station)

가끔은 차를 타고 밴쿠버 역 주변을 지나쳐 보기는 했지만, 오늘처럼 직접적으로 역 내부를 들어가 보기는 처음이다. 역사 내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한산했다. 예정된 탑승 시간보다 시간 정도 빨리 도착한 이유도 물론 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의 부재가 한산한 이유를 입증해 주었다. 비행기 탑승전 수화물을 수속을 받는다. 열차에도 비행기 탑승 때와 비슷하게 탑승전 별도로 수화물을 붙일 수 있는 접수 창고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들의 출장지를 아내가 동행을 했다. 아들은 에드먼턴을 거쳐 토론토까지 일주일 동안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 후 출장이 끝나면 아내는 비행기 편으로 다시 밴쿠버 집으로 돌아오고 아들은 북유럽에 있는 섬나라 아이스랜드 출장을 마지막으로 여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열차는 에드몬드까지 2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가야 한다고 한다. 아내의 여행을 위한 아들의 배려로 열차 편을 이용했다.


캐나다는 대륙이 우리나라에 100배가 넘는 광활한 대륙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륙을

열차를 타고 횡단할 수 있는 생각을 어느 날 막연하게 해 보았다. 이번에 아들이 출장 겸 여행으로 계획한 여행을 아쉽게도 직장 때문에 함께 동행을 하지 못했다. 대신 아들은 아내와 함께 떠났다. 아들이 결혼하기 전에나 부모와 여행 가능한 일이라고 결혼하기 전에 자식과 여행을 많이 해 봐야겠다고 아내는  노래를 부르곤 했었다. 결국엔 그 꿈이 오늘 아내의 꿈이 완성되어갔다.


아들과 아내를 밴쿠버 역까지 배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날씨마저도 내 마음을 닮아 있는 느낌이 든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다. 평상시 같으면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겼을 강아지 (고기)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혹시 방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고기야"하고 몇 번을 불러도 인기척이 없다.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거실 소파에 엎드려 있는 고기를 발견했다. 종전과는 달리 오늘따라 가족의 일부가 자신의 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일까, 오늘 고기의 모습까지도 슬퍼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아들이 몇 장의 사진을 카톡에 보내 놓았다. 기차 내부의 사진이다. 보기만 해도 아늑하고 편안보이는 실내 분위기다. 여전히 코로나로 열차 내에는 한산했다. 코로나로 열차 내에 식당까지도 폐쇄되었다고 한다. 장도의 시간을 탑승해 가야 하는데 먹거리를 걱정했더니 열차 내에서 간단한 음료와 샌드위치승무원이 카트를 움직여 판매한다고 한다. 그래도 여행에는 먹거리가 먹는 즐거움으로 한몫을 하는데 여행이라는 자체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듯하다.


캐나다 대륙은 우리나라에 영토의 100배이다. 말 그대로 광활한 대륙이다. 가끔은 여행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끊임없이 펼쳐진 캐나다 대륙을 열차나 차를 이용하여 횡단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었다. 이번이 기회일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결국엔 직장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아직은 일을 해야 할 시기가 맞다. "한 살이라도 젊고 힘이 있을 때 여행을 해야 한다"는 말이 갑작스럽게 떠오른다. 시간의 여유가 생길 그때쯤이면 대부분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주변의 어르신들을 많이 보아왔다.


지금 시간이면 계획된 도시에 도착할 시간이다.

"지금 어디쯤 가고 있어?"

궁금하던 차에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기차 연착으로 아직도 7시간이 남았다고 아내에게서 답장이 왔다. 

"준우 엄마 장시간 기차 타서 힘들겠네"

"아니요. 겨 풍경 보고 가서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네"

잠시 후 아내는 설경이 담긴 동영상을 보내왔다.


아들은 강아지 안부만 물어온다. 부모는 떠나보낸 자식 걱정인데 자식누구 할 것 없이 아래로 향하는 법칙에 익숙한 것 같다. 물론 부모님에게 자식인 나 역시 별반 아들과 다를 것 없는 아들 바보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다.


"아들 어디까지 갔니?"

"별 보고 가는 중이야"

혹시나 별 볼 일 없을까 걱정했는데 밤하늘에 별이 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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