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자식이 폭풍성장한 이후함께 가족사진을찍을 기회가쉽지않았다. 기회가 있어도 자식들은한결 같이 사진 찍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영역했다. 아마도, 예전과는 달리 사진을 찍기 위한 간단한 절차마저번거로울 수 있는 세대 변화의 탈바꿈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문득 해보게 된다.
모처럼 큰아들이 한국에서 휴가차 캐나다에귀국했다. 출국을 하루 앞둔 전날 아내의 권유로 식구는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주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자식들이 출가하기 전에 가족사진을 남겨 놓고 싶어 했었다. 사진 속에는 예전과는 달리 가족이 하나 더 늘어나 있었다. 생후 24개월 된 Gogi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집 반려견이 그 주인공이다.
자식들은 성장하여 각자 바쁜 일정을 소화해 가고 있었지만, 품 안에 자식이 아니었다. 흔히 자식에게 서운함을 가질 때 "품 안에 자식이다"라는 말을 하곤한다. 자식이라는 서운한 감정이 전개되기 이전에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쯤으로 영혼 없이 흘려버렸었다. 오늘 아내는 가족사진이라는작은 바람의 소원을 이룬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자식이 어렸던 시절에는 일상의 성장과정모습을 자연스럽게사진에 담아 두었다.성장하고난 후추억이 담긴 사진첩을 선물로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이여렸을 때에는 사진을 찍는 매 순간 카메라를 의식하고 다양한 포즈를 능숙하게연출해주었다. 그땐자식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소소한사진찍는맛이 났었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이뛰어노는모습이라도 찍으려면 마치 파파라치가 된 느낌으로 몰래카메라에모습을 담아냈다.
가벼운여행길가족이 함께 동행할 때에도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기보다는 셀카로각자의흔적을 남겼다. 과거핸드폰 보급률이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심중했었다.카메라와 필름을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찍은 사진 필름을 현상소에 갖다 주고 현상될 사진을 며칠 동안의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땐 사진이 완성될 때까지 설렘이라는 여유의 시간과 배려가 존재하고 있었다. 어떠한 상황이든 빨리라는성급함은 없었다. 사진을 뽀샵하여 자신의 모습을 성형하는 일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사진 하나만으로도 자신의 본래 외면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포토 청정지역이었다.
비단 사진뿐은 아니었다. 활자화된종이 신문부터 시작하여 책까지도 정성이 모여져빠르지는 않지만 새로운 뉴스가 만들어졌고, 시대의 정보와 흐름을 급하지 않게읽어갔다. 지금의 컴퓨터나 핸드폰이라는 공간에서 손쉽게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는 가치의기능과는 확연히 달랐다. 현대는 디지털 문화 혁명으로 인해 부족한 것없이 빠르게 소통되어 가고 있다.옛것에 대한 소중하고 값진 것들이 세대의 변화에밀려나고 사라져 가고있는 현상을 흔하게 목격을 할 수있다.
여행 중에 볼거리 우선이아니었다. 관광지에서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기에 바빴다. 흔히"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는 진실을 믿었다. 신혼여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관광의 느낌보다는 사진 찍기에 어울리는 관광지 풍경을 찾기에 바빴던 시절이 있었다. 일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정지된 모습이 자연스러울 수는 없지만, 빛바랜 사진이 우리네 추억을 값지게 소환해 주었다.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사진에 대한 사소한 추억까지도 밀려온다. 언제 다시 가족사진을 찍을지는 모르지만 , 그땐 또 다른 가족이 생겨나가족사진 속에풍요한 자리를만들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