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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Jan 14. 2023

해외에서 유난히 그리운 것들

산 낙지와 육회에는 아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다.

아빠! 한국 가면 뭘 먹고 오면 좋을까,

한국 방문 한 달 전 아들은 설렘을 담고 물어왔다.

"뭘 먹오고 싶은데"

"낙지랑 육회"

아들은 이전에도 산 낙지와 육회를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왔었다.

"또 먹고 싶은 것 있어"

"아직은 두 가지만 생각할래요"

아들 나이 5살 전후쯤으로 기억한다. 갯벌이 있는 서해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도착시간과 썰물 시간이 우연한 일치를 보았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운 좋게 낙지 한 마리를 걷어 올렸다. 혹시나 낙지를 잡을 수도 있다는 반신반의 마음으로 비닐봉지를 준비해 간 것이 적중한 것이다. 한 마리를 걷어 올린 이후에도 갯벌에서 한나절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낙지를 잡지 못했다..


바다를 둘러싸고 식당이 즐비해 있다. 대형 수족관에는 여러 종류의 어종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다. 대형 수족관과 맞붙어 있는 나지막한 수족관이 있다. 산 낙지 전용 수족관이다. 계절적으로 여름이 끝나가려는 움직임이 있는 탓에 식당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식당 앞쪽으로 바다가 한눈에 펼쳐진 솔밭이 있다. 저마다의 식당은 솥밭 그늘진 곳에 평상을 펼쳐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

메뉴판도 없이 식당 주인이 평상으로 다가왔다.

"일단  낙지 한 접시 가져다주실래요, "

잠시 후, 수족관에서 막 걷어 올린 낙지가 식탁에  올라왔다. 주방에서 온갖 칼질로 인해 잘게 토막 난 낙지가 마지막 절규를 하고 있다. 매번 낙지를 먹으면서도 동정심 같은 것은 없다.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끈을 내려놓지 못하고 꿈틀거리고 있 낙지에 동정심보다는 낙지가 싱싱한지 상태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잔인함이 있었다. 아들은 낙지가 꿈틀 거리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한다.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꿈틀거리는 낙지의 모습을 보고 선득 입으로 가져갈 일은 거의 없다. 부모는 오래전부터 낙지 맛을 알고 있기에 자식에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항상 간절하다. 아들에게 반 강제, 반 협박을 불사해 가며 낙지를 입으로 밀어 넣었다. 낙지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온갖 인상을 찌푸린다. 금방이라도 뱉어버릴 기색이다. 아들은 그 상황에서 눈을 꼭 감고 입속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씹기 시작했다. 그때 처음으로 낙지의 맛을 느껴보는 순간이 되었다.  


집 근처에 단골 갈빗집이 하나 있다. 갈비를 먹을 때 필요한 상추. 깻잎  마늘. 기름장을 비롯한 후식까지 손님이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사이드 음식이 주방옆쪽에 별도로 준비되어 있다. 그곳에는 다른 식당과는 차별화된 사이드 메뉴가 있다. 사이드 메뉴라기보다는 어쩌면 갈비이상 버금가는 메뉴의 느낌을 가지고 갈 수도 있는 메뉴이다. 그건 바로 다름 아닌 육회이다. 해동이 살짝 풀린 육회는 채를 썰어 놓은 배와 함께 담백하고도 시원한 느낌의 맛을 가져다준다. 그때도 아들에게 산 낙지를 처음 먹을 때의 방법과 동일하게 반 강제적으로 육회를 입에 밀어 놓았다.


육회와 산 낙지의 공통점이 있다. 조리되지 않은 생물이라는 , 쉽게 다가가기엔 왠지 거북스러운 비주얼의 느낌이 있다. 두 가지의 진정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에 먹을 수 있는 동기 과정이 필요했다.


"아빠 이번에 한국 가서 에버랜드도 녀왔어요"

사실 한국에 거주할 당시 집에서 에버랜드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인접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거리의 근접성 때문에 매년 연간회원권을 구매해서 사용해 왔다. 시간에 구애됨 없이 부담 없이 입장할 수 있는 일종에 놀이터와 같은 성격을 담았었다.

"아빠 이번에 에버랜드 가서 핫도그 정말 마음껏 고 왔어요 "

 "무슨 핫도그, "

"예전에 핫도그를 마음껏 먹고 싶었는데 아빠는 늘 하나 밖에 안 사주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디. 

"그 말을 친구에게 했더니 친구가 사 줄 테니 마음껏 먹으라고 해서 마음껏 먹고 왔어요"

아들은 핫도그 하나로 부족 했었던 서운한 감정을 아직까지도 깊숙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빠가 아닌 친구가 소원풀이 해주었네"

아들은 웃음으로 대신 응답했다.


여행지에서 남는 것은 사진으로 남기는 일이라는 단순한 관계를 주된 추억으로 기억해 왔었다. 하지만. 먹는 것에도 추억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들을 통해 뒤늦게 공감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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