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가면 한 번쯤은 회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통용되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보다는 여럿이 먹어야 맛이 있다. 특히, 회 같은 경우 여럿이 먹어야 제맛이다.
망상해수욕장에서 차박은 불편 없이 하룻밤을 보냈다. 자고 일어나 바다를 바라다보지 않았다. 가슴으로 정적인 바다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의 시작에는 캐나다에 있는 아내에게생사여부를 알리고 행선지를 밝히는 일이 우선이 되었다. 차박이라는 여행 때문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근심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남편 마음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준우아빠 어제 뭐 하고 저녁 먹었어요"
"저녁에 치킨 시켜 먹었어"
모처럼 동해까지 갔는데 치킨이라는 말에 의아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까지 같으면 회를 먹어야지 ~"
"혼자 무슨 맛으로 회를 먹어"
아내는 남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혼자 회를 먹기에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먹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망상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묵호항이 있다. 오늘은 아내의 말처럼 동해까지 왔으니 회 한번 먹고 가야 할 것 같아 묵호항으로 향했다. 사실, 어제도 망상해수욕장 도착 전에 횟감이라도 챙겨갈 생각으로 묵호항을 잠시 들러보고 왔었다.
묵호항 어시장
해수욕장과 마찬가지로 어시장 또한 비교적 한가로웠다. 상가가 한가하다는 것은 피서지에 사람이 많지 았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어시장에서 많은 어종이 좁은 수족관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솔직히 부담스럽다. 손님의 선택의 폭을 가져다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도 없이 호객행위 또한 부담스러운 부분 중 하나이지만 다행히 상가를 지날 때마다 호객행위 하는 상인의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다.
후미진 상가에 발길을 멈추었다. 사장님은 광어. 가자미를 적극 추천했다. 서비스로 살아있는 고등어까지 준비해 주신다고 한다. 고등어는 성질이 급해 잡자마자 죽는 어종이라 막바로 선상에서 먹어야 제맛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은 고등어를 어획하여하루정도는 살아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살아있는 고등어를 먹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생각 때문에 주저 없이 사장님이 권유한 횟감으로 준비를 하였다.
묵호항에서 횟감을 떠서 다시 망상해수욕장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회를 먹을 때에는 애주가가 아니어도 술이 있어야 제맛 나는 회 맛을 즐겨갈 수 있다. 해수욕장 인근 마트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샀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따가운 햇살 대신 비로 바뀌어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벤치에 파라솔 대용으로 우신을 고정시켰다.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을 수 있는 곳, 이곳처럼더는 좋은 장소는 없을듯한 생각은 마음까지 풍요를 얻어간다. 이 시간부터 회와 함께 술을 마셔야 하기에 오늘은 더 이상 차를 이동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어제와 같이 이곳에서 하루를 더 머물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회를 몇 점 먹다 보니 입에서 당기지 않았다. 기대했던 고등어 회마저도 맛이 없었다. 1인분 기준으로 45.0000을 횟값으로 지불했다.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회를 버릴 수도 없고 억지로 먹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몇 번을 먹으려 노력한 끝에 결국엔 아깝지만 버리기로 결정했다. 입맛 없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회를 찾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다.
백사장을 중심으로 모래사장 대신 목재 데크로드가 새 단장을 했다. 백사장까지의 길이가 2km 정도가 된다고 한다. 우산을 받쳐 들고 테크로드를 걸었다. 비가 내리는 해변을 걷는 낭만도 괜찮은 듯하다. 이 또한 혼자가 아닌 여럿이 걸었다면 맛깔난 해변길이 되었을 것이다.
해변을 걷는 도중에 길 건너편 숲이 무상한 곳에서 비를 맞고 앉아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피서객이 데리고 온 강아지가 숙소에서 잠시 나와 머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변을 끝까지 돌고 올 때까지 강아지는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그 자리에 꼼작하지 않고 같은 장소에 앉아있었다. 집을 잃은 강아지이기보다는 주인에 의해 내버려진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강아지는 주인의 생각의 이유도 모르고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순간, 마음이 무거워져 온다.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비가 멈추어 버린 상태이다. 파도의 움직임도 거의 없다. 바다는 평온했다, 풍랑이 거세면 파도도 거세게 바다를 호령했다. 사람은 자연의 이치는 닮았다. 하지만, 기상변화 이외에는 바다는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거대한 마음의 안식을 내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