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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 해수욕장에서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주문진 소돌 해변에서의 차박 3일 차

by 김종섭

망상해수욕장에서 이틀 동안의 여정을 끝내고 특별한 행선지를 정해 놓지 않고 경유지만 생각해 냈다. 일단, 경포대까지만 가기로 했다.

정동진 모례시계 공원

멀지 않은 곳에 정동진이 있다. 이곳 또한 처음은 아니지만, 옛 추억을 더듬어 갈 수 있어 잠시 들렸다. 예전이나 변한 것은 없다. 1955년 SBS 드라마 촬영지로 정동진이 유명세를 탔다. 강릉시는 모래시계 공원을 1999년 12월에 준공했다는 기록이 있다. 모래시계 드라마를 통해 아직까지 배우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내용의 기억 속에는 이정재라는 탤런트의 기억도 함께 하고 있다. 거의 30년 전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드라마이다. 아직도 드라마의 기억은 시간을 흘러 보내지 않고 시간은 세월을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들은 시간과는 관계없다는 법칙이 통용된 셈이다. 생각을 깊게, 보는 눈은 짧게 정동진에서의 방문 순서를 끝냈다.

경포대는 어느 해수욕장보다 많이 가보았던 곳이기도 하다. 어느 날인가 겨울바다를 보기 위해 경포대에 있었고, 언젠가 휴가철에도 경포대에 있었다. 물론 여름. 겨울 뿐만은 아니다. 사계 중 어느 계절에도 나는 그곳에 몇 번이고 머물러 있었다. 그런 추억이 묻어 있는 곳을 지나쳐 버리고 경포해변과 이어진 해변 도로를 향해 차를 몰았다. 정확한 목적지는 생각해 두지 않았지만, 해변 정취를 맛보면서 드라이브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런 힐링은 없다. 한참을 해변 풍경에 몰입되어 달려가다가 2km 지점에 솔향기 캠핑장을 알리는 입간판을 발견하고 캠핑장을 찾아갔다. 이미 예약된 야영객에 한해서만 차량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야영장 외부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걸어서 캠핑장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솔밭이 있고 사이사이에 데크를 만들어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을 만들어 놓았다. 캠핑장 앞으로는 드 넓은 해변이 펼쳐져 있다. 이곳이 연곡 해수욕장이라고 한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게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아담한 해변 중 하나였다.


캠핑장 주변을 둘러본 움직임의 느낌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생겨났다. 캠핑사무실에 들러 예약의 절차를 물어보았다. 이미 인터넷으로 예약이 종료된 상태라고 한다. 기존의 예약자가 예약을 취소할 경우가 생겨날 수 있어 당일 오후 2시에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추가로 예약자를 선정한다고 한다. 차박의 경우 전체 라운드에 7자리만 배정이 되어 있어 예약 취소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고 관계자의 조언이 있다. 모처럼 캠핑장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는 계획이 무산되어 버렸다.


허탈한 감정으로 주차장을 빠져나와 차를 가지고 뒷길로 무심코 가보았다. 동네를 연결하는 좁은 길이 열려 있었다. 길 옆쪽에 여러 대의 차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해변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해변 입구에는 녹슨 철문이 활짝 열려있고 마을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가격표가 철문에 부착되어 있었다. 주차장에서 차를 다시 가지고 철문 안으로 들어갔다. 솔밭이 있고 솔밭 주위에는 무성하게 자라난 풀을 아직도 정리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건너편 쪽으로는 화장실이 보인다. 화장실마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 이외는 어떤 시설도 갖추어지지 것이 없고 장소만 제공되는 용도의 캠핑장인 듯하다.


비슷한 연령대로 보이는 분이 차를 풀밭에 주차시켜 놓고 솔밭 그늘 밑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어제 주문진 해수욕장에서 차박을 하면서 일몰의 관경을 무렵 3시간이나 보았다고 한다. 차박의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처음 대면하는 분과 많은 정보를 공유했다. 상대는 정해진 일정동안 같이 동행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해왔다. 둘 다 혼자라는 점에서 흔쾌히 허락을 했다.


이곳 캠핑장은 동네에서 아직 개장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이웃주민은 그냥 편안하게 하루 캠핑하고 갈 것을 권유한다. 아직 개장이 공식화되어있지 않아 입장료는 무료이라고 한다. 물론, 무료이긴 하지만 주문진 해수욕장에서 일몰을 보고 싶었다. 동행하기로 한 분에게 다시 주문진 해수욕장으로 돌아가 차박 할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흔쾌히 행선지의 일치를 보았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주문진 해수욕장이 있었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주차장이 따로 없고, 도로변 한쪽으로 길게 일렬 주차가 허용되어 있었다. 원주민은 주문진 해수욕장이라고 불렀고 외지인들은 소돌해변이라고 불렀다. 원주민이 말하는 주문진 해수욕장이 맞는 지명일 것이다.

동행한 분은 차위에 차박을 할 수 있는 텐트를 설치하였다. 마치 원두막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차위에서 내려보는 해변의 모습은 어떨까 사뭇 궁금해져 온다. 이미 텐트가 설치된 동행인 차는 주차시켜 놓고 내 차를 움직여 하나로 마트로 향했다. 저녁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손쉽게 끊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포장용 삼계탕과 음료수. 과일을 준비해서 해변으로 다시 돌아왔다.

해변에서 취사가 금지되어 있어 동행분의 텐트에서 삼계탕을 끓여 빠른 저녁을 해결했다. 차 위에 설치된 텐트에 사다리를 이용하여 앉는 순간 차량 지붕이 저주 앉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안전에 신뢰감이 부재중인 듯하다. 날씨가 흐린 탓으로 아쉽게도 일몰의 관경을 담지는 못했지만 해변을 거닐고 있는 연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차 위에서 몇 커트 촬영을 했다.

허락 없이 촬영한 것이라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주인에게 사진을 돌려주어야 할 것 같았다. 해변을 거닐고 있는 연인들 앞으로 다가섰다. 촬영한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여 주면서 남녀의 표정을 번갈아 읽었다. 당황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기분 나쁘지 않은 표정이라는 확신을 찾아냈다. 다행히 연인들은 추억으로 고이 간직하겠다면서 몇 번의 고마움 뜻을 표현한다.


동행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각자의 차로 돌아가 자유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어느새 해변은 붉은 노을의 아쉬움을 내려놓고 깊은 밤으로의 시간을 향해 떠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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