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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마지막날,라면의 진심

차박 5일 차 -계란하나에 라면 맛이 추억에 추가되었다

by 김종섭

평창에서의 차박 2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다행히 밤중에 길지 않게 단시간에 폭우가 끝나버려 다행이었다. 계속 폭우가 내리면 강물이 불어나 이곳 둔치 주차장에서 철수를 해야 된다고 한다.

밤에 내린 비로 인해 운무가 거치지 않은 아침의 풍경이 와닿았다. 이런 풍경 때문에 캠핑을 한다. 운무가 거치고 나면 맑은 하늘을 담고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장마철이라 언제 폭우성 비가 또 내릴지 몰라 어젯밤 차를 다리밑으로 옮겨 놓고 하룻밤을 보냈다. 다리밑이라는 표현이 주는 느낌이 다소 유쾌하지 않은 다른 느낌을 가져갈 수 있다. 햇볕을 차단할만한 나무가 없는 상황에서 이만한 장소가 사실 없다. 동행인은 한사코 다리밑에서의 차박을 원하지 않았다. 주차장 중앙에 차를 세워놓고 그는 하룻밤을 보냈다. 비를 피하는 것보다 빗소리를 듣기 위해서 택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성향에 맞게 움직이는 것이 캠핑의 묘미이다.

아침식사로 낚지 전골

아침식사로 어제 먹다 남은 밥을 끓이고 어제 사다 놓은 낚지 전골 밀키드와 김치로 반찬 준비를 끝냈다. 캠핑은 관광과는 달리 볼거리보다는 먹는 즐거움이 있는 먹거리가 우선 되어갔다. 캠핑에서 먹는 음식은 똑같은 음식이라도 집에서 먹는 음식보다 맛이 특별했다. 야외에서 먹는다는 기분 설정이 양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캠핑에서는 먹는 음식마다 맛의 느낌이 전해지지 않았다. 며칠 동안 속이 불편한 이유가 주범이다..

차박 장소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술나무가 무성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에는 땅을 밟고 갈 공간이 없다. 테크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 테크를 이용하여 급경사를 줄여 놓았다. 산책길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 연령대가 비교적 높아 테크를 이용하여 산책로를 완만하게 조성한 지자체의 배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강변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고 왔다. 방금 아침을 해결한 것 같은데 점심을 먹어야 할 시간이 빠르게 다가왔다. 먹고 자고 놀고의 반복의 느낌이 든다. 점심은 간단하게 배달 음식을 먹기로 했다, 얼큰하게 짬뽕을 먹기로 했다. 특히 짬뽕은 빠른 배달이 맛을 좌우한다. 배달시간이 지연이 되면 음식이 식어 맛이 없다. 뜨거울 때 먹어야 면발이 살아 있어 제맛이 난다. 직접 식당을 방문했다. 주문이 밀려들어 식당내부는 정신이 없다. 여러 가정에서 주문한 음식이 일명 철가방에 가득 담겨 배달 준비를 끝낸다. 식당의 움직임을 보면서 배달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포장해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실, 캠핑은 먹는 이야기를 빼고 나면 특별히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짬뽕은 말 그대로 이것저것 해물이 섞여 들어간 것이 짬뽕인데 이곳 지역의 짬뽕은 해물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실종된 상태이다. 해물대신 홍합만으로 토핑을 해 놓았다. 홍합만으로 짬뽕의 맛을 즐기기엔 뭐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 또한 속이 좋지 않아 속 안에서 맛을 거부하고 있다. 짬뽕은 지방마다 레시피에 특색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졸음이 밀려온다. 차 안에 들어가 가장 편안 자세로 누웠다 군대에서의 오침이 생각난다. 훈련 중 점심을 먹고 난 후 오침의 시간이 주어진다. 낮시간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잠이 이처럼 꿀맛이 없었다. 꿀맛 덕분에 오침을 끝내고 일어나는데 고통이 따랐다.


저녁은 고민할 필요 없이 대한민국의 최고 간편식인 간단히 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오늘 식단은 왠지 아침 메뉴와 저녁메뉴가 바뀐 느낌이다. 먹는 즐거운 보다 편리성을 먼저 생각해 낸 결과가 되었다. 라면을 끓이려 하는데 계란이 없다.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라면은 앙꼬 없는 찜방과 같다. 계란을 사러 가려고는 행동을 보시고 같은 쪽에서 차박을 하고 계시는 노인 한 분이 다가오셨다. 본인도 계란이 떨어져 계란을 사러 가야 한다고 장을 볼 수 있는 작은 짐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오셨다. 노인은 계란이 몇 개나 필요한지를 묻고 곧장 마트로 향하셨다.


도망치듯이 빠른 걸음으로 마트를 향해가고 계신 노인분의 뒤를 쫓았다. 몇 가지 사야 할 것도 있고 해서 동행을 했다. 노인은 10구가 들어 있는 계란 한 판을 달랑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아저씨 왜 계란만 사가지고 가세요"

"시장을 보신다고 사셨잖아요"

노인분이 행동에 의문이 생겨 여러 번 이유를 되물어보았다.

"시장은 내일 보려고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계란을 사주기 위해서라는 느낌이 전해진다. 계산대에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노인은 강하게 사양을 했지만 고집을 피워 계란값을 지불하는 데 성공했다.


처음 이곳 강변둔치에 도착했을 때 사용에 관한 설명을 친절하게 말씀해 주신 분이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노인분에게 식사를 같이 할 것을 여러 번 권유했지만, 자신만이 먹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고 늘 거절을 해오셨었다. 노인분은 2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계셨다. 폐암에 당뇨까지 합병증에 시달리고 계셨기 때문에 식이요법이 달랐던 것이다. 이제 차분히 삶을 마감하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고 아내와 동행하다가 며칠 전 이내는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노인분은 항상 명랑하셨다. 긍정적인 성품이 목소리에서도 느껴진다.


라면에 계란을 넣었다. 캠핑을 하면서 오늘처럼 맛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처음이다. 노인 할아버지의 따뜻한 양념이 첨가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인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함께 음식까지 나뉘었으면 좋았을 텐데 짜고 매운 음식을 드실 수 없어 아쉽고 한편으로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마도 마지막날의 저녁식사로 먹은 라면의 맛은 영원히 잊지 못할 또 하나의 맛이라는 추억으로의 여행이 되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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