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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차박 6일 차-아들. 며느리 배웅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길

by 김종섭

새벽 일찍 일어났다. 어젯밤 미리부터 준비까지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던 것이 이른 아침에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세수와 양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면 될 것 같아서 별다른 준비 과정 없이 길을 나섰다. 동행인과 노인분에게 어젯밤 미리 인사를 드리기는 했지만 가기 전 다시 인사를 드리고 떠나려 했지만, 이른 아침이라 깊은 밤에 빠져 있는 듯하여 작별의 인사도 고하지 못하고 떠나왔다.


아들의 도착시간은 오후 5시 20분경으로 예정이 되어 있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출발할 필요는 없었지만 여유 있게 새로운 길로 가면서 또 다른 자연의 풍경을 읽고 싶었다.


한참을 달려 수동이라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몇 달 전 터널이 개통되면서 신설된 지방 고속도로 구간에 위치하고 있는 휴게소이다. 차량 전기충전을 위해 충전 라인에 반듯하게 주차를 하고 충전을 하려고 하는데 충전 모니터에 A4용지 하나가 붙어있다.

" 아직 전력이 인입이 안되어 충전이 불기능 하다"라는 안내글이다. 충전소 입구 정면에 안내판이라도 내걸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휴게소에서 떡라면을 먹었다.

어제저녁에도 라면을 먹었는데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음식을 무시하고 라면을 크릭 했다. 라면의 종류도 다양했지만 오랜 맛에 떡라면도 좋을 것 같았다.


휴게소에서 대표적인 음식 하면 예전에는 아마도 우등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우등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이다. 면발이 두툼하여 나름 식감에 만족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식구들은 고속도로 휴게실을 찾을 때마다 줄곧 우등을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떡 라면 가격이 무려 6.500원이다. 일단은 "와! 비싸다"는 느낌이 먼저 와닿는다.

"와! 아직도 라면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이네"이런 느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아쉬운 생각까지 해냈다. 사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겠지만, 휴게소 음식치고는 라면은 제일 싼 가격으로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휴게소 식당에는 많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많은 메뉴만큼 종업원도 식당 안에서 손님을 기다려야 하는데 젊은 직원 혼자 식당 안을 오고 가면서 모든 일을 점유하고 있었다. 신설된 휴게소라는 이유에서 일까, 라면을 비롯하여 우등 그밖에 음식이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조리해서 소화해 내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종사했던 그 많은 근로자의 일자리가 왠지 궁금하면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현장에서의 마음의 무거움이 느껴진다.


라면을 먹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생각해 내지 않고 곧바로 휴게소를 빠져나와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해서 공항으로 향했다. 국도는 고속도로처럼 추격해 오는 차량의 진행이 없어 편안하게 주변의 풍경을 담아갈 수가 있어 좋다.


비행기가 예정 시간보다 일찍 공항에 착륙했다. 차박으로 사용했던 이제 차를 아들에게 건네주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 다. 아직 한국 생활에 대한 확신이 생겨나지 않아 차 구매를 보류하고 지금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아들의 6일간의 출장에 맞추어 갑작스럽게 6일 동안 차박을 계획했다. 아들 또한 차박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박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를 갖추고 있어 이번 차박에서 활용할수 있는 기본 장비를 차에 싣고 왔지만, 차에서 자는 용도로만 차를 사용했다.


아들은 아빠가 임시 거주하고 있는 거주지까지 데려다주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출국 전에 약속을 해 놓은 상태이다. 아들과의 식사를 위해 집 근처 소문난 맛집을 물색해 놓았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에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이었다. 2번째 옵션으로 선택해 놓은 식당을 이용하려 했지만, 영업시간이 9시로 한정되어 있어 선별 없이 인근 식당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선택한 식당은 10시가 영업종료시간이라고 한다.

생선 구이를 먹기 위해서는 17분을 기다려 달라는 안내문구가 식탁 모서리 부분에 붙어있다. 돌솥밥을 짓어야 하고 구이를 구어야 하는 시간적 여유가 17분인 듯했다. 긴 기다림 끝에 노릇노릇한 보기에도 군침이 도는 맛깔스러운 구이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 구워낸 생선이 한 바구니 기득이다. 보기만 해도 푸짐하고 입맛이 열리고 이미 배까지 부른 느낌이다. 메뉴는 5가지의 모둠 구이이다.

"아버님은 어떤 생선을 좋아하세요"

며느리가 물었다.

"나는 아무래도 갈치가 좋은데 너는 어떤 생선을 좋아해"

"전 고등어를 좋아해요"

질문 이후 갈치에 손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아버지를 위한 아들과 며느리의 배려였을까?

식사도중 바구니에 올라와 있던 고등어의 형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며느리가 고등어를 좋아한다고 하더니 고등어를 빠른 시간 내에 정신없이 먹은 듯하다. 새로운 식구라 며느리에 대해 아는 것이 아직은 별로 없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모든 것이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이는 기다림의 노력이 아마도 답을 가져다줄 것 같다. 우리 식구들은 대식가라는 말이 낯설다 모두가 소식가이다. 며느리는 아마도 대식가인 듯하다. 만날 때마다 먹는 것을 즐겨 먹는 편이다. 멀지 않아 아들도 며느리를 닮아갔으면 좋겠다.

출장 중에 사 온 선물 하나를 건네준다.

"아빠 먹어보고 맛이 어떤지 말해주세요"

아들이 이 정도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맛있고 유명한 과자임에 틀림이 없다. 먹어보니 생각이상으로 맛이 있다. 주위에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정도로 맛은 있었지만 수량이 한정된 과자라 혼자 독식했다.


오늘 하루도 하루가 건강하게 그리고 빠쁘게 지나갔다. 오늘도 차박의 글을 연재하면서 먹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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