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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Oct 18. 2024

나는 House wife가 되었다

저녁식사 메뉴로 마파두부를 만들었다

나는 당분간 House wife가 되었다. 시작점도 정해진 기간도 없다. 다만, 직장 출근하기 전까지 아내 퇴근에 맞춰 저녁식사를 자진해서 준비하는 일이다. 의무나 아내의 강요에 위한 것도 전혀 다. 그렇다고 저녁식사 메뉴에 대해 식재료를 준비하거나 고민하지도 않았다. 아내의 퇴근 귀가 30분가량을 남겨 놓고 즉흥적인 요리로 만들어 저녁밥상을 만들어낸다.


캐나다 귀국 후 어느 정도 시차적응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는데 오늘따라 왠지 몸이 무거운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도 남은 저녁시간이나마 유용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가서 몸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 퇴근 전에 소박한 저녁이라도 준비할 생각이다. 어제도 같은 시간쯤에 계란오믈렛을 만들어 숙주나물과 함께 볶아냈다. 음식이름을 숙주 오믈렛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결국엔 나만의 유일한 음식인 특별식 저녁을 준비한 것이다.

숙주 오믈렛

오늘은 어떤 음식을 할까 생각 중에 며칠 전 냉장고에 두부를 유효기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시점이라  빨리 먹어 치워야겠다는 아내 말을 기억에서 정리해 나갔다. 그렇다면, 두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를 잠깐 고민 끝에 마파두부를 생각해 냈다.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도착할 시간이 30분 정도 남아있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냉장고에서 양파하나 꺼내 껍질을 벗겨 내고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놓았다. 오목한 프라이팬을 중불에 예열하고 식용유 4 스폰가량 두른 후 다진 마늘과 고춧가루. 미림, 약간의 설탕. 청매실액. 굴소스와 두반장 대신 볶음 자장장을 두 스푼 놓고 볶아내다가 도중에 양파를 넣고 함께 볶아 주었다. 사실 집에 있는 양념의 대부분을 무작위 순위로 활용한 것이다. 계량컵도 없이 대충 어림잡아 눈대중으로 간을 맞추었다. 일종의 손맛이다. 볶는 도중에 꼭 들어가야 할 고기가 빠져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볶던 것을 잠시 중단하고 냉동고를 뒤적거려 포장도 뜯지 않은 소고기를 발견했다. 해동할 여유도 없이 소량을 잘라내어 잘게 썰어 함께 볶다가 물을 두 컵정도 넣고 깍두기 모양 썰어 놓은 두부와 함께 끊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 믈을 끓기 시작하면서 찹쌀가루 넣고 골고루 휘졌었다. 준비된 전분이 없어 찹쌀가루를 넣어 보았지만 전부의 역할을 대신하지는 못했다. 끓고 있는 프라이팬에 소스 두 스푼가량과 함께 냉장고에 남아 있던 숙주나물을 추가해서 살짝 익힌 후 불을 끄고 접시에 조리된 마파두부를 옮겨 담아 놓았다.

먹음직스러운 마파두부가 만들어졌다. 맛을 보니 생각이상으로 맛이 훌륭했다. 혼자만의 맛을 평가하기보다는 아내의 정확한 맛에 따라 마파두부맛이 합격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이윽고 아내가 수저를 들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아내의 입 모양이 즐거워 보인다. 마파두부 성공의 암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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