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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를 줍다

새벽이 내게 허락한 시간

새벽의 언어

by 김종섭

눈을 감아도 새벽은 여전히 가슴에 스며든다. 조율되지 않은 뜻 모를 잔향, 그것은 분명 환청이 아니었다. 새벽만이 사유한 언어였다.


새벽은 눈으로 더듬지 않아도 느껴졌다.

귀에 스치는 수많은 생각의 파장은 새벽과 조용히 대화하며, 나는 그 대화의 증인이 되어 있었다.

새벽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며 변명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오직 이 순간이 내겐 세상이 전부가 되어갔다.


미래는 아직 꿈조차 꾸지 않은 낯선 손길처럼 멀게 느껴졌고, 내가 머물러 있던 것은 늘 과거의 추억이었다.


그러나 그 추억마저도 지금의 새벽 안에서 부드럽게 사라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알 수 없는 파장으로 나를 감싼다. 그 소리들은 형태가 없어, 마치 공기 속에서 나지막이 흐르는 숨결처럼 사라져 간다.


새벽의 어깨를 감싸 안는 그 소리는

무언가를 묻지 않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새벽은 눈을 감아도 여전히 가슴에 스며들고,

고요 속에서 나뭇가지조차 바람을 멈추며,

모든 움직임은 고요 속으로 누워간다.

이 정적의 순간, 새벽은 나의 내면에만 머물러 있다.


희미하게 흘러가는 과거의 기억과 잡을 수 없는 별빛 같은 미래. 이불속의 온기가 모든 것을 품어 안은 듯 새벽은 내게 모든 것을 주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온기,

이 짧은 순간 속에서 나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그리고 알게 된다.

지금 이 순간, 새벽이 내게 허락한 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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