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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만난 특별한 김밥 이야기

그리운 한국의 맛, 직접 만든 김밥 한 줄

by 김종섭

오늘, 캐나다의 월마트에서 진열되어 있는 냉동 김밥을 발견했다. 재미 한국인 블로거 세라 안 씨가 어머니와 함께 올린 냉동 김밥 먹방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미국 내에서 냉동 김밥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곳 캐나다에서도 냉동 김밥을 마트에서도 쉽게 만날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김밥의 인기를 실감한다.


예전에 냉동 삼겹살이 유행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던 기억이 난다. 냉동 김밥도 인기가 많아지면 비슷한 현상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월마트에서 냉동 김밥을 본 순간, 냉동 김밥보다는 오히려 직접 김밥을 만들어 먹고 싶어 졌다. 냉동 김밥은 사실 즉석 김밥에 비해 맛감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저녁에 김밥을 싸기로 하고, 월마트에서 시금치와 당근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아내가 아닌, 내가 김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사실 김밥을 직접 싸보는 건 처음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김밥을 싸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아내가 만드는 과정도 익숙하게 봐왔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김밥은 내게 특별한 음식이다. 어릴 적 운동회나 소풍 때 항상 김밥이 따라왔고, 그때의 즐거운 기억이 함께 묻어 있다. 김밥이 맛있어서였을까, 아니면 먹기 편해서였을까? 왠지 김밥은 늘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던 음식이었다.


특히 해외에서는 한인 마트나 특정 식당에 가야만 김밥을 맛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며 한국의 맛을 느끼는 일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냉장고에서 김밥 재료를 하나둘 꺼냈다. 치즈, 어묵, 햄, 계란, 단무지, 그리고 월마트에서 방금 사 온 시금치와 당근까지. 김밥을 싸는 대발과 한국에서 사 온 김도 준비했다.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하는 데만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김밥을 싸면서 가장 걱정된 부분은 싸는 도중에 옆구리가 터지는 것이었다. 어머니를 도와 김밥을 싸던 어린 시절, 몇 번을 반복해도 김밥이 옆구리가 터지는 바람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첫 김밥을 말면서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보기 좋게 완성되었다. 결국 다섯 줄의 김밥을 완성했다.


이미 만들어 놓은 김밥 한 줄을 썰어 접시 위에 올렸다.잘려진 단면 사이로 드러난 속 재료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듯하다. 보기만 해도 진정한 김밥의 맛이 느껴진다.

김밥 재료에 감초격인 우엉이 빠져서 어릴 적 먹던 김밥 맛을 완벽히 재현할 순 없었지만, 나름대로 훌륭한 맛이었다. 아내도 맛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고, 내 김밥을 인정해 주었다.


김밥은 마치 비빔밥과 같은 존재다.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어떤 재료도 거부하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또 다른 김밥의 맛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김밥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재료든 마다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기억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오늘, 캐나다에서 만든 나의 첫 김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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