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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Jul 12. 2022

활활

2021






그림자가 나를 집어삼킨다

가슴엔 불이 활활 타오른다

아아

저 달은

유유히 바라만 보고 있다

이내 저도 삼켜질 일을 모르는 채

손을 뻗으면 멀어지고

손을 놓으면 다가오는


아아

암흑이 나를 살린다

고뇌가 심장을 깨운다

가슴에서 불꽃이 터져나올 쯤

저 달은

나를 돌아봐주려나

별들의 배웅을 받으며

창살 같은 공허와

풍파의 구름 들판 헤치고

보잘것없는 방 한 켠

보잘것없는 이 한 생

어여삐 돌보아주려나

찬 빛으로 헛된 열망을 식히고

뜬 눈을 그늘로 감겨주어

들뜬 영혼을 감싸안고서



불씨가 꺼졌을 적엔

저 달을 보며

나는 꿈을 꿀 터이라

나를 뱉어낸 그림자와 내가 토해낸 불꽃

영혼에 남은 상처들이 그려낸 그림

세상도 이름 붙이지 못한

찰나보다 짧고

영원보다 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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