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그림자가 나를 집어삼킨다
가슴엔 불이 활활 타오른다
아아
저 달은
유유히 바라만 보고 있다
이내 저도 삼켜질 일을 모르는 채
손을 뻗으면 멀어지고
손을 놓으면 다가오는
아아
암흑이 나를 살린다
고뇌가 심장을 깨운다
가슴에서 불꽃이 터져나올 쯤
저 달은
나를 돌아봐주려나
별들의 배웅을 받으며
창살 같은 공허와
풍파의 구름 들판 헤치고
보잘것없는 방 한 켠
보잘것없는 이 한 생
어여삐 돌보아주려나
찬 빛으로 헛된 열망을 식히고
뜬 눈을 그늘로 감겨주어
들뜬 영혼을 감싸안고서
불씨가 꺼졌을 적엔
저 달을 보며
나는 꿈을 꿀 터이라
나를 뱉어낸 그림자와 내가 토해낸 불꽃
영혼에 남은 상처들이 그려낸 그림
세상도 이름 붙이지 못한
찰나보다 짧고
영원보다 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