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시를 씁니다.
책을 읽고, 시를 씁니다.
자리를 나에게 내어주세요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면,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울음 삭힐 자리 하나 없이
'엄마'라는 부름에 온 집안을 헤쳐가며
달려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라는 이름을 가지면,
그래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찮고 사소한 일의 반복일지라도
내 안은 상관없이 온 집안을 가꿔가며
살아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많은 것을 나누지만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하는 자리,
많은 일을 하면서도
많은 일을 인정받지 못하는 자리,
그것이 엄마와 아내의
자리입니다.
이제 엄마와 아내의 자리가 아닌,
마음 한켠 '나'의 자리를 내어주세요.
집 안의 환기가 아닌,
내 안의 환기를 위해
집 안 한켠 '나'의 자리를 내어주세요.
지나고 나서 후회 없게
이루고 나서 웃을 수 있게
by. 써니 / 23.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