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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부부

이혼하지 않는다

by 글지으니

다이소 직원이 간단하게 설명해도 되는데 바코드를 하나씩 찍으며 길게 설명을 하길래,

나는 "네~, 네~!" 했더니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갖고 온 물건들도 던지며 나오면서 직원을 그렇게 무시하냐고 했다. 네가 직원이라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며 요즘 네가 하는 행동이 쌈닭 같다."라고 했다.


나는 같은 것이라 수량을 한 개씩 하지 않아 "삐삐!"경고음이 신경이 쓰였고 직원이 경고음을 제거해 주고 바코드를 하나씩 찍으며 말이 길어져서 나는 "네, 알겠어요." 하는 상황인데 남편은 직원에게 무례하게 굴었다고 나를 쌈닭으로 만들었다. 내가 잘못했지만 무례하게 말하는 남편의 말에 나는 기분이 상했다.


나는 저녁으로 잡채 하기 위해 모자란 것들을 사기 위해 마트를 들리고 오는 차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니 배가 아프다며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손이 많이 가는 잡채인데, 야채도 씻고 볶고 삶고 무쳐야 해서 남편이 꼴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불렀다.


주방으로 나온 남편은 뽀로통한 나를 보며

"왜, 시큰시큰거리는데!"라고 했다.


"나는 다이소 직원보다 더 못한 사람이야!

내가 직원에게 무례하게 했다고 그렇게 기분 상하게 말해야 돼!"

남편은 "그렇다면 네가 잘했다는 거야!"


"내가 좀 잘못했다고 길바닥에 내팽기치듯 험상궂게 나무라는 사람이 남편이야!

당신 말대로 라면 그 직원에게 내가 석고사죄라도 해야 할 판이네. 쌈닭 하고 살게 해서 미안하니, 나도 이제 더 이상 당신하고 살고 싶지 않아!"라며 악에 바치는 소리를 했다. 남편은 부엌에 있다가 생하니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씩씩거리며 잡채를 하고 나니 제사할 때만큼 많이 만들어졌다.

혼자 맛보고 물김치에 밥하고 곁들여 먹고 그릇들을 씻었다.

잡채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릇도 이것저것 많이 나왔다.

이렇게 손이 가는 음식이라 평소 안 하는데 제사 때 만들어놓은 재료들이 있고 한가한 연휴라 맘먹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싸워도 "밥 먹으세요'"하고 밥을 먹으면 서로 화를 푸는 것이 관례로 되었다. 하지만 이번은 남편에게 밥 먹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배가 아파서 밥을 못 먹을 것 같던 사람이 라면을 주섬 주섬 끓였다.

'흥, 내가 없으면 라면만 먹을 사람!'하고 곁 하고 있는데

남편이 "당신도 같이 먹어!"라고 했다.

"뭐라고, 난 먹었어!"

남편은 "의리 없게 혼자 먹냐"라고 했다.

"의리 좋아하네!" 내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데 이렇게 말하는 남편이 바보 같아 보였다.

그래도 남편이 같이 라면을 먹자고 하는 바람에

나도 미안해서 "잡채도 같이 먹어!" 했다.

우리 부부가 이렇게 자주 싸우니 작은 아들이 커서

"엄마하고 아빠는 우리가 크면 이혼할 줄 알았어!"라고 했었다.

우리 부부는 30년이 다 되어가도 아직도 싸우고 있다.

"싸우는 부부는 이혼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맞나?


요즘 <마음의 기술>을 읽으며 자신이 잘못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더 무례하게 모욕을 했다면 그것에 대해 자기주장을 하라는 말이 기억났다. 그 페이지를 찾아 읽으며 내가 잘못했지만 상대방이 비난하거나 상처를 주는 것에 대한 내 주장을 했다.


다음과 같은 함정은 피할 것
1. 상대방 비난하기
2. 훈계하고 응징하기
3. 일반화하며 강요하기("당신을 신뢰할 수 없다." 등)
4. 비난하고 상처 주는 표현 쓰기
5. 모욕이나 비꼬기 또는 냉소적 태도를 보이기

적용 사례
권리를 지키고 요구하며 분별 있게 비판하기

"석 달 전에 네가 나한테 친절하게 책을 빌려준 걸 잊고 있었어. 그래 서 네가 화내는 걸 이해하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도둑 취급하면서 상처 주지는 말아 줘."

마음의 기술 91


남편의 성격은 어디 가지 않았지만

남편은 점점 온순해지고,

나는 점점 화가 많아졌다.

남들이 말하는 '갱년기인가! 하며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며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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