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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듀스 추석!

30년 동안 싸워온 미운 정도 듀스!

by 글지으니

"얼마나 주기 싫었으면

그 많은 떡 중에 달랑 두 개를 줘요."


제사 때 상에 차리는 것 외로 제사를 아는 지인들에게 주려고 포장한 떡을 좀 더 준비했다. 하지만 여러 개로 나누다 보니 그렇게 많이 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 개에 4조각이나 송편 4개씩 소분되어 있는 것이라 두 개 넣었다.


떡이 많았는데 겨우 두 개 줘서 섭섭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다. 나는 두 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주기 싫었으면'이라는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도 손위 형님인데, 사람 알기를 우습게 여겼다고 생각되었다. 제사를 한지 열흘 만에 추석 하는 아침에 한마디 하려고 얘기한 것 같다.


다행히 내년부터는 추석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어머님도 추석에 가까워지면서 주변에 얘기를 들으면서 내년부터 추석을 안 하겠다고 정했다.


매년 작은 명절은 동서가, 설 명절은 우리가 했었다. 그런데 추석을 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동서는 추석 명절 차린다고 시장 보고 와서 고기 적만 하고 장사 간다. 그리고 다음 날 어머니와 내가 상을 다 차려 놔야 온다. 그리고 밥 먹고 설거지하고 갈 뿐이다.


명절을 지내려면 세세하게 여러 가지 준비가 많다. 어제도 빠진 것이 있어서 사러 갔다 오고 그 외에 자잘한 일들을 한다. 시댁에 와 있는 이유로, 시집에서 명절을 지내니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명절 아침에는 야채와 생선을 굽고 어머니와 상을 차리고, 오후에는 친정으로 오는 고모가 있어서 그때 또 상을 차렸었다. 그러면 동서는 저녁때 식구들과 와서 밥 한 술 뜨고 얘기만 하다 간다. 그러면 그 뒤치덕거리는 다 내가 하고 그다음 날 분리수거와 음식을 싹 정리하고 돌아왔었다.


명절이 있을 때마다 떡 하는 전날 와서 청소를 하고 음식을 하고 명절을 지내고 명절 끝나고 청소까지 다 하고 나면 3박 4일이 걸렸던 때가 많았다. 여자들은 명절날 명절증후군을 겪는다고 하는데 내가 그랬다.


내년에는 추석을 이제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추석과 함께 보고 싶지 않은 그 인간도 보고 싶지 않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의뢰상 만날 것이다. 더 이상 용서하고 싶지도 않고 인간적인 감정마저도 지우고 싶다.


아, 듀스 추석!

30년 동안 싸워온 미운 정도 듀스!


그 누구도 가족과 사이좋게 지내야 할 의무는 없으며, 이때는 갈등이 있는 사람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 다른 가족과의 좋은 관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을지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마음의 기술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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