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불현듯 내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고 사회 속에 나를 바라보니 내가 작게만 느껴졌다.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듯이 결혼으로 내 취향보다 남편의 배경, 환경, 가치관, 분위기, 종교, 사상, 권력 같은 사회적 환경이 나를 말하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남편만을 의지한 내가 초라하기만 했다. 나도 남들처럼 보란 듯이 살고 싶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내가 기대하는 데로 다른 사람이 움직이거나 변하기는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을 기대하기보다는 나를 믿고 기대해야 하는데 난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이 조용히 책을 읽는 것이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작은 행동이 글을 쓰는 것이 되었다. 글은 내가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알게 해 주었다. 그렇게 글은 나를 이해하게 해 주고 나를 더 사랑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남편이 만들어준 환경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도를 했다. 지금은 예전처럼 매일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예전 같지 않다. 생각이 달라지고 행동도 바뀌면서 내가 머무는 환경을 내가 바꾸려고 노력한다. 아직도 머무는 환경은 같지만 그 안에 있는 나는 달라지고 있다. 나만 할 수 있는 생각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지 못한다. 생각은 내 사유이기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하고 있다.
내가 아침에 노트북을 키니 남편이 "뭐 할 거"하고 물었다. 나는 멀뚱멀뚱 남편을 쳐다보며 내가 뭘 하든 뭔 참견하는 표정과 말을 하니 남편은 어이없다고 웃는다. 이렇게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에서 물 한잔을 끓이는 동안 그릇을 집어넣고 식탁에 안는다. 책을 읽다 글을 쓰다 가족들 아침도 챙기다 또 내 생각을 쓰다 바삐 나간다. 이제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며 예전에 읽었던 <아비투스> 책이 생각났다.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어떤 것을 가졌는지보다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