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 21코스
아침에 책을 읽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주말 하루는 평소와 다르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날씨가 한 낮까지는 맑다고 하니 흐리기 전에 올레길을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침에 김밥을 사고 차를 타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은 혼자 가는 올레길이다. 남편은 친구들과 일요일마다 오름을 가는데 저번 주에 시어머니 생일로 참가하지 못해서 오늘은 빠지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나는 바닷길 올레길이니 혼자 가도 될 것 같다고 걱정하지 않게 남편을 안심시켰다.
저번 주에는 올레 1코스를 걸었는데 오늘은 그곳과 반대 방향으로 올레길 완주가 끝나는 21코스로 가기로 했다. 나는 처음코스와 마지막 코스로 나는 제주 올레길을 다 걸은 거나 마찬가지인가 하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코스는 오름은 있지만 짧고 바닷길이라 혼자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이 마지막코스를 걷기로 했다.
남편은 혼자 걷는 내가 걱정이 되는지 올레길을 막 걸으려고 하니 어디쯤이냐는 전화를 했다. 나는 21코스를 시작하는 곳에서 차를 내리지 못해 1코스가 시작하는 곳이자 21코스가 끝나는 시점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그렇게 오름을 올라가면서도 같이 가는 것처럼 몇 번씩 전화를 하며 걸었다.
막 바닷길을 걸을 때 캐나다에 있는 아들도 전화 와서 바닷길만 따라가다 간세끈을 놓쳤다. 오름이 보였지만 아들과 통화하느라 바다만 보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간세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시 되돌아가다 보니 길 건너편 골목에 간세끈이 보였다. 이렇게 간세끈이 없으면 되돌아가서 그 간세끈을 잘 찾으면 올레길을 다시 잘 갈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친절한 올레 길잡이인 이 간세끈이 참 고마웠다.
그렇게 나는 바닷길을 따라 조금 걷고 나니 지미 오름을 올라가게 되었다.
300m쯤 올라가니 성산포와 1-1코스인 우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뿌였지만 화창한 것만으로도 나는 기분이 최고였다. 오름을 올라오는데 봄이 온 것 같았다. 오름을 갈 때는 무조건 반팔과 가벼운 옷차림을 해야겠다고 하며 올라갔다. 올라오니 마음이 뻥 뚫린 것 같이 시원했다.
지미오름을 내려오니 cctv가 있는 것을 보며 그래도 안전한 올레길을 만들어주려는 것을 보며 또 고마웠다. 지미 오름을 혼자 걸으며 갔지만 여러 명을 만나기도 하고 혼자 걷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겁게 인사를 나눴다. 혼자라서 한 번 더 웃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그렇게 지미 오름을 내려오니 하도 해변가가가 나왔다. 하도 해변이 짧았지만 바다 색깔만큼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좀 더 바닷길을 걷다 보니 더 긴 해변이 나왔다. 두 번째 해변을 보니 양말을 벗고 해변을 걷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걷지 않았다. 다음에 오면 맨발로 걸어보고 싶다.
바닷길에 간세끈을 찾아 걷다 보니 스탬프 찍는 간세가 나왔다. 이곳이 21코스 시작점이고 맨 처음이 마지막 스탬프를 찍는 곳이라는 것을 이곳에 와보니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나는 이곳을 지나 또 바닷가를 따라가다 간세 끈을 또 잊어버렸다. 다시 되돌아가고 싶었지만 급 피곤이 밀려와서 cu편의점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 길을 물었다. 버스는 길 건너 골목으로 가야 한다며 건너편 골목으로 걷으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시 편의점에 돌아가서 "간세끈이 왜, 없을까요?" 했더니 아까 편의점에서 길을 가르쳐 준 아저씨가 음식을 사고 나오면서 자기 차로 차 타는 방향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사람 차는 타면 안 된다고 했지만 나는 차를 타고 버스 있는 쪽에서 내리기로 했다. 아저씨는 차에 있는 귤을 내게 주면서 최고로 맛있는 귤이라고 했다. 나는 목도 마르니 하나 까서 먹었다. 최고의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저씨의 입담에 그저 웃었다.
나 보고도 예쁘지 않으니 누가 데려가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농담도 하는 인심 좋은 아저씨였다. 나는 제주 사람이니 제주 사람들이 이 아저씨처럼 인심이 후한지를 나는 알기에 무섭지 않았다.
말 몇 마디이면 이 사람이 제주사람인지, 육지 사람인지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 사람이지만 육지 사람처럼 올레길 21코스를 걸었다.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20코스 김녕 해수욕장 하얀 모래가 눈에 스쳐갔다. 다음번엔 하얀 겨울을 느낄 것 같다. 다음에는 잊어버렸던 페스포드도 사서 스탬프도 찍어야겠다. 캐나다에서 큰아들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올레길을 걸어야겠다.
큰 아들은 일주일 동안이라도 가족과 지내고 싶다고 집에 온다. 아들이 오면 우리는 제주를 관광할 것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시차가 적응될만하면 또 떠나는 아들이 무리하지 않게 가장 멋진 올레길을 걷게 해주고 싶다.
아들이 오면 차를 타고 파란 바다를 맨발로 걷고 하얀 겨울도 함께 걷을 수 있게 올레길 포인트를 잘 알아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