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칭찬함
며칠 전부터 남편은 냉장고나 부엌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 한다고만 했다. 어제는 남편이 서울 병원에 가서도 부엌을 정리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 하지 않고 책을 읽다가 졸다가 내가 먹고 싶은 떡볶이와 어묵을 만들어 먹고 남편을 기다렸다. 8시면 도착할 줄 알았던 남편은 9시가 돼서야 도착했다.
남편은 나를 편하게 하려고 공항에서 저녁을 먹고 왔지만 나는 저녁 간식으로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라고 했다. 그러고는 나는 잠을 자려고 하니 부엌 식자재가 있는 선반에 물건을 남편이 다 꺼냈다. 그렇게 우리는 선반의 물건을 정리하고 냉장고도 정리하게 되었다. 소스나 양념들을 넣는 선반과 냉동실도 정리하려는 것을 내가 나중에 한다고 하면서 마무리하고 나는 겨우 늦게 잠을 자게 되었다.
그렇게 정리를 해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작은 아들도 들어와서 엄마표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잠이 들지 않아 벌떡 일어나 떡볶이를 더 넣어 줄까 생각했지만 저녁에 많이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남편이 부엌을 정리하는 것을 보며 주부보다 남편이 더 정리는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정리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건을 잘 버리지 않으니 물건도 많이 쌓이는 것 같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물건은 볼 때면 그때그때 정리하고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한다고 잘 안 보이는 것들은 정말 마음먹고 해야 하는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편은 늘 반듯하게 하면 나중에 힘들일이 없다는 생각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면에서는 남편이 잘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평소에 잘 정리하는 습관을 갖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생도 이렇게 정돈된다면 삶도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지만 그때마다 잘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삶을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다면 내 주변을 간소화는 습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급하고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면서 내 주변에 사소한 것들은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동기부여가 브라이언 트레시 말처럼 내가 미뤄두고 하지 않는 일 중에 가장 흉측한 개구리를 주의 깊게 살피라고 했다. 그렇게 내 생각을 어지럽히는 개구리를 잡으면 내 삶이 더 단순할 것 같다. 그래서 시원하고 맑고 화창한 날씨를 기다리지 않아도 늘 맑고 시원하게 살고 싶다.
'그래도 이만하면 잘했다.'라고 나에게 칭찬 한마디를 한다. 나태주 시인처럼 정리 잘하지 않는 내가 있다는 사실을 돌려 외면하지 않기로 한 것에 나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오늘도 흰 구름을 나는
흰 구름이 아니라고 억지로
우기지 않았음
오늘도 풀꽃을 만나 나는
너를 알지 못한다 얼굴 돌려 외면하지 않았음
이것이 오늘 내가 나를 진정
칭찬해주고 싶은 항목임
나태주 시인의 시 <내가 나를 칭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