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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지으니 Feb 13. 2023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처럼.

용기의 상징.

나는 평범한 주부로 25년을 살면서 살림을 똑 부러지게 잘하거나 전문적으로 내 일을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가족을 위한 삶이 많았기에 주부의 삶이라고 말해야겠다. '주부'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검색을 해 보니 '집안의 안주인'이라고 한다. 주부(主婦)라는 말의 한자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부(婦)는 아내, 며느리, 지어미'로 나왔다. 요사이 잘 사용되지 않는 '지어미'라는 뜻도 찾아보았다. '지어미'는 '아내를 예사롭게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또 '예사롭게'라는 말이 어려워서 찾아보니 '어른들 앞에서 대수롭지 않게 부르는 말'이라고 했다. 이렇게 주부라는 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안 주인으로 그 역할도 해야 하는 모순이 있는 말처럼 들렸다.


​주말에 남편과 친정과 삼촌댁과 시댁을 다녀오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친정은 내가 바쁘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되지만 시댁은 책임의식이 있는 것은 며느리 부(婦)라서 그러가 보다. 이렇게 나는 주부로 하루를 살기 위해 바쁘다.


​아픈 남편 때문에 친정 오빠에게 귤을 갖다 달라고 하니 바쁘다며 콘텐나를 갖고 가지 않아 친정 동네에 들려 돌려주고 오는 중에 삼촌 댁도 들리고 시댁에 다녀왔다. 매주 시댁에 가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장협작증으로 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래서 퇴원하자마자 차를 타고 가는 것이 걱정이 되었기에 같이 따라 같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오늘 남편 친목 모임은 가지 않고 오면서 차에서 친목 모임에 대해서 나는 목이 쉬게 언쟁을 하게 되었다.​


​" 왜, 모임을 한 달에 한 번 하는지 모르겠어! 겨울에 폭설로 두 번 못했다고 2월에 연 겁해 두 번 모인다는 것이 이해가 안 돼!" 남편 친목 모임을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은 것 같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함께 어울리면 좋을 것 같아 남편 모임에 참석했었다. 몇몇 친구들 와이프는 나오지 않는 집도 있다. 이제는 나도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은 친구들의 의사에 따라 참석하고 남자는 술을 먹어야 격이 없이 소통할 수 있다고 하면서 매일 친구들과 지인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집에서도 술을 먹는다.


​남편은 수술 후유증으로 장 폐쇄가 자주 생겨 며칠 전에도 응급으로 입원하고 퇴원했다. 자주 급한 상황이 발생되는 것 때문에 더 이상 건강에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남편은 의사라는 사람이 우리도 다 아는 상식적인 말만 되풀이한다고 했다. 그런 의사와 나의 말을 늘 듣기만 하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남편이다. 친구들과 당연히 친목모임을 유지해야 하고 친구들과 격이 없게 술잔을 기울여야 한다는 그 사고를 언제면 깰 수 있을까?


"사람 사는 것이 별 거 있어!" 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즐기며 사는 남편을 보면서 속에서 천 불이 난다.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연인을 꿈꾸다가도 힘들다는 이유로 자연인도 안 한다고 한다. 자연인을 포기한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즐기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아직도 버겁게 느껴진다. 아직도 친구들과 한잔할 수 있어야 하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그 틀을 깨는 것이 내가 아무리 떠들어본들 소용없고 본인이 깨닫지 않는다면 '사상누각'이라고 생각하게 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의 기준에 살다 보면 언제 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사람은 혼자 살지 못하기에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지만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이 있고 어렵고 힘들 때도 많다. 살아가는 것이 다 외롭고 힘든다면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나 자신의 기준에 따르는 인생을 살고 싶다. '언제까지 남들의 기준에서 살아갈 거냐!'라며 마음속 절규를 하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저녁 인생설계 줌 강의를 들었다.


코칭 수업에서 인생설계를 하면서 내 가치관을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에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용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왜, 용기가 요즘 나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됐을까? 용기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며 인생설계 시간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며 찾아보았다. 용기는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며 태양, 루비, 꽃으로는 매화, 물고기로는 송어, 인물로는 이순신, 동물로는 사자가 되었다. 이 중에 나는 어떤 상징물로 나를 대변할까?


인생설계 시간에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로 용기의 상징과 나와 닮은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도 여러 생각으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겨울을 이겨 낸 매화꽃을 보며 내 마음속에 커다란 울림이 있는지 느껴보았다. 수목원에 산책 갔을 때나 주위에서 보면서 여리고 가냘파 보이지만 고고한 꽃의 풍미를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매화는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용기의 상징으로 다가왔던 물고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는 물살과 반대로 헤엄치는 힘든 여정을 살아간다. 그 숙명을 생각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송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산란을 하기 위한 본능이고 숙명이라고 했다. 그런 본능과 숙명에 충실한 송어를 생각하면서 '그럼 자신은 없이 그 본능에 충실한 삶으로 끝나는 것이 좋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송어의 숙명이지만 환경을 이겨내는 용기가 나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자처럼 용맹을 떨치지 못해도, 이순신처럼 커다란 지혜와 자신을 희생하는 고귀한 것과는 비교할 순 없지만 물살을 이겨내며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의 의지를 닮고 싶었다.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를 생각하며 나도 물살을 헤쳐가고 싶다.​


그렇게 나는 용기를 내어 평범한 엄마도 책을 쓸 수 있다고 도전했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송어의 숙명처럼 나도 힘든 물살을 거슬러 가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스토리가 있다는 말을 믿고 용감하게 도전했다. <평생 엄마로만 살 뻔했다>를 쓰면서 엄마에서 당당한 '지으니'라는 이름으로 물살을 뛰어넘고 싶다.


https://youtu.be/PvoXHFI8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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