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생 초고만 쓰고 있을 수는 없다

[작가의 인생 공부]

by 글지으니


여보, 여기 우리 아들 이름이 맞지!


밤에 남편이 자면서 아들에게 전화 온 것이 없냐고 물었다. '오늘은 아들이 바빠서 전화 오지 않았나'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혹시 안 좋은 소식 때문에 전화를 못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들은 바쁘게 일하면서 회계사 시험을 보고 결과가 이번 주에 나온다고 했다. 아빠도 나도 자면서 걱정했다. 나는 아들이 시험 준비하면서 더 바쁘게 지내는 것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아들이 또 일하면서 공부하지 안했으면 했다.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혹시 아들에게 온 메시지라도 있을까 해서 핸드폰을 열었다. 외국에서는 숫자가 아니라 이름으로만 발표를 하는지 긴가 민가 했다. 하지만 두 번째로 확인하면서 아들 이름이 또렷하게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을 깨웠다. 그렇게 남편은 아들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아들아! 축하해!

엄마는 내 기도가 부족했나 걱정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하며 나와 남편은 웃으며 이야기하는 동안 전화기 너머에는 '따각따각' 키보드 소리만 크게 났다. 나는 "발표자 명단을 다시 확인하는 거니" 하고 물었다. 아들은 아직 회사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아들이 있는 곳이 낮이라는 사실만 생각하고 기쁜 마음에 전화를 했다. 아들은 잠깐 자기도 걱정했다면서 기쁜 마음을 뒤로한 채 회사일로 바빴다.


'그래, 잘했어! 네가 이렇게 바쁜데, 시험에 합격해 줘서 엄마 마음이 놓인다. 열심히 노력해 줘서 고마워! 축하한다, 아들! 사랑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 이 생각을 하면서 신통방통한 아들에 대한 옛 기억이 파나노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들도 이렇게 자기 일을 잘하고 있는데 '나도 남편도 동생도 잘할 수 있겠지!'


© Markus Spiske, 출처 OGQ


'나부터 잘하면 될 거야!' 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아들도 언제나 엄마를 응원하는 데 나도 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겠다.


누가 그랬다. 자신과 약속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하면 지킬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아들과 약속을 하고 싶다. 네가 집에 오기 전까지 엄마가 두 번째 초고를 써볼게! 너랑 함께 기획하고 구성해서 투고해 볼까?

인생에 기획 단계가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고 아쉬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인생 초고만 쓰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멈추어야 합니다.


고요히 앉아 자신을 돌아보고,

그동안 써내려 온 인생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어야 할 때입니다.

메시지도 부여하고 오타도 골라내고

구성도 정리합시다.


잘 쓰고 싶어서 잘 살기로 했습니다.

글이 좋아지면 인생도 좋아집니다.

작가 인생 공부 마치는 글


작가의 인생 공부 뒤 겉표지


작가의 인생 공부저자이은대출판바이북스발매 2022.10.0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일이 큰일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