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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 삶의 두 번째 문을 열어줄 글쓰기.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by 글지으니

"백세 시대, 삶의 두 번째 문을 열어줄 글쓰기"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28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있다면 두 번째 인생은 나를 위에서 살고 싶어서이다. '지금까지는 나를 위해서 살지 않았나?' 하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결혼하면서 나를 위해서 살지 못했다. 단순한 성격이라 나도 챙기고 가족도 챙기며 두루두루 잘하지는 못한 바보다.

제주 영송학교에서 나는 한 십 년간 방과 후 미술을 가르쳤다. 그래서 나와 나이가 비슷한 실무원 샘과 친한 친구처럼 안부를 묻고 지냈다. 함께 수업을 할 때면 서로 아이들의 근황을 물어보며 기쁜 일을 축하하며 지냈다. 그때 내 책을 읽고 그렇게 매주 시집에 다녔냐며 나보고 "바보"라고 했다. 그렇게 나는 바보처럼 살았다.

나는 틈틈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내가 배울 수 있는 취미 생활도 해보고 방통대도 다녔다. 그 여러 배움 중에서 책을 읽는 것은 즐겁지만 글을 쓰는 것은 가장 어려운 숙제 같다. 그래도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자주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커리어 우먼으로 내 일을 하는 것을 꿈꾸었다. 그러나 그 꿈을 만들지 못하고 나이에 떠밀려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미술적인 것을 가르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 둘이 대학생이 되고 나니 내가 보였다.

​나만 빼고 모두 잘 살고 있는 거 같은데 나만 초라하게 보였다. 누가 나보고 그렇게 살라고 하지 않았는데 그때는 나보다 사랑하는 가족만 보였다.

그래서 제2의 인생은 남들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책도 잘 읽지 않고 일기도 잘 안 쓰던 내가 책 속의 길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처음에는 재테크 책을 읽으며 멋진 인생을 꿈꿨다. 재테크 책을 읽고 집 한 채를 사고 계속해서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지금까지 덮어 놓았던 내 상처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지금은 현실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나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글을 쓰고 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목표가 이루어지기보다 취미처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남들이 하기 어려운 고상한 취미를 한다고 위로한다. 그러나 취미처럼 하는 나를 반성하게 해 준 사람이 큰 아들이다.

큰 아들은 항상 엄마의 가장 극성 펜이다. 우리 둘은 서로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열성분자들이다. 아들은 엄마에게 기쁜 일을 전하는 것이 숙제인 마냥 항상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가 아들에게 숙제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동안 미뤄왔던 두 번째 책을 쓰기로 말이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기 전까지 초고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했다.

글을 쓴다고 다 책을 낼 수는 없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책이 되지 않기에 아들과 약속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또 생각하기로 하고 나는 오늘도 글을 쓰면서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생각하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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