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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Aug 14. 2019

한여름 바람처럼 소중하고 섬세한 영화 <우리집>

[브런치 무비 패스] ‘우리집’ 관람 후기 #우리집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집’은 섬세한 영화다


여름에는 자극적이고 현란한 영화만 넘치다 싶으면, 여운을 남기는 잘 다듬어진 영화가 보고 싶다면,

여름이란 계절과 잘 어울리는 영화

‘우리집’을 추천한다. 두 번 세 번.

영화를 보고 다시 떠오른 배너 속 두 장면 @롯시월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관계와 성장에 대한
이 영화 만의 따뜻함이 돋보인다


가족의 일을 주위에 말하기는 쉽지 않다. 조심스럽고 비밀스러운 면이 있어서인지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진 가족의 존재는 영화로 들어오면서 아주 격렬하거나 매우 건조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우리집’ 역시 가족이 중심에 있고 그동안 만나 본 듯한 소재와 관계를 다룬다. 그렇지만 아이의 관점에서 가족의 문제를 직접 다루고 공동체로서 활동과 관계의 의미를 부드럽게 묻는다. 또 이를 영화 안에서 담는 방법 역시 무척 다양하다. 따뜻하고 둥글지만 또 한편으로는 예리하고 격렬하다.


그래서 영화를 본 후에도 단지 여운이 남는다라고 표현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에 관객이 어른일 때 더욱 여러 기분이 들 것이다. 어른이라면 분명 한 번쯤은 가족이라는 관계에 어려움과 복잡함을 느껴봤을 테니까.

단지 다루고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이를 스크린에 담아내는 보고 듣는 모든 요소가 소중한 영화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양한 감정을 포함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따뜻함을 가진 섬세함이 영화에서 계속 이어진다는 게 가장 큰 돋보임이었다.

섬세한 시선의 돋보임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을까 생각해 보니 이런 요소들 같다. ‘우리집’ 만의 색감, 인상적인 소리, 모든 순간 아이들을 소중히 담는 시선.



<우리집>만의 따뜻한 색감


촬영 과정의 여러 시도가 이 영화만의 색감을 만든 것 같다. 찾아보니 채도를 다소 높게 만들어 좀 더 생생하게 만들었고, 70년대 사진용 렌즈를 통해 오랜 필름의 느낌을 담아내었고, 아이들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위해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은 규모가 큰 영화에서는 오히려 끌고 나가기 쉽지 않은 시도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 외 영화적 요소에 집중하는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는 충분히 다양한 흥미 요소를 줄 거라 생각된다.

따뜻한 느낌의 화면

집중하게 만든 인상적인 소리


개인적으로 소리의 배치와 균형이 정말 좋았다. 올해 기생충을 볼 때도 이러한 부분의 디테일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번 우리집 역시 비슷한 세밀함이 느껴져 좋았다.


영화 속 아이들은 가족을 대하며 꾸준히 식사를 다룬다. 그만큼 음식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음식의 만듦새에도 눈이 가지만 들리는 소리가 무척 선명했다.


또 영화가 아이의 눈높이를 주로 따르다 보니 보이거나 보이지 않은 부분이 생기는데 그러한 빈자리도 소리가 필요할 때 적절히 채워준 것 같다.
마치 ASMR처럼 느껴지는 영화 속 다양한 소리에 집중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줄 거라 생각한다.

자주 등장하는 식탁에서의 장면

모든 순간 아이들을 소중히 담는 시선


그리고 아이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이다. 이 영화 속 장면의 눈높이가 아이를 벗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가족의 문제는 보통 어른들 간의 일로 단정 짓게 되기 쉽다. 아이들은 해결할 수 없다고 어른들은 생각하니까. 아이들이 해결할 수 없더라도 어른들의 문제가 그들에게 변화를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아이들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영화 속에서는 단지 약자로 문제 바깥에 두는 경우가 흔했던 것 같다.


판타지가 아닌 이상 이 영화에서도 아이가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사가 되기란 간단치 않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문제의 중심에서 그들의 상황을 바라 볼 수는 있다. 이 영화는 그렇게 아이의 입장에서 시선을 따라가며 문제를 바라보고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꾸준히 끌어들인다. 이런 아이 중심의 의도적인 영화 속 시선이 좋았다.


영화 속 소품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하고 그런 요소들이 모여 보통 아이가 주인공임에도 느껴지는 이질감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었고 그만큼 시선을 따라가고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아이들


영화를 보고 나면 대부분 이 영화와 함께 #김나연 #김시아 #주예림 #안지호 배우 모두의 앞으로를 응원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노력을 기울인 #윤가은 감독님께 박수를.

이야기와 배우 모두에 앞서 언급한 다정한 시선을 영화 내내 담고 있는 만큼 아이와 함께 관람하는 것 역시 괜찮아 보인다.

무대인사를 통해 만난 감독님과 배우들 @롯시월타



언급한 것처럼 <우리집>은
여름부터 초가을에 보면 더 좋은 영화다


여름 동네의 모습이나 바다와 같은 자연이 등장할 뿐 아니라, 이야기 역시 여름이라는 계절처럼 상황과 감정의 높낮이를 가진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웃고 고민하고 실망하고 화내고 믿는다.


한여름 시원한 바람 같이 소중한 영화


인위적인 냉기보다 때론 선선한 바람이 여름 땀을 식히는 더 큰 존재로 느껴진다. 억지로 만든 에어컨 바람처럼 영화 속에서 꼭 폭탄이 터지고 악령을 피하는 장면이 있어야만 더위를 없애는 여름 영화가 되는 건 아닐 거다.


‘우리집’은 한 여름 선선한 바람과 같아서 늦여름과 초가을 더 잘 어울리는 영화라 생각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 좋고, 영화적 재미를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만의 화면과 소리를 제대로 더 잘 느끼기 위한 극장 관람을 추천한다. 두 번 세 번.


https://youtu.be/A__FOXFNemU

우리집 메인 예고편 (출처: 키노라이츠)


#영화 #브런치무비패스 #우리집

<우리집> 무대인사 @롯시월타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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