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7년의 기다림 Da Capo
지난 글에서 토이 2집, 윤종신 5집 '우', 유희열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이렇게 세 장의 음반을 통해 음악인 유희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유희열' 1편 링크♢)
그리고 미리 이야기했던 것처럼 또 다른 그의 세 장의 음반 작업을 이 글에서 소개합니다.
네 번째는 유희열이 참여한 '이승환'의 여러 음반 중 6집 'The War In Life'
당부
이승환이라는 음악인을 지탱하는 초기 발라드는 물론 비록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락에 기반한 다양한 최근 음악들까지 이승환은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꾸준한 실험과 파격적인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는 것 역시 잘 알려져 있죠.
이승환은 정석원, 김동률, 황성제 등 다양한 음악인들과의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99년 소개된 'The War In Life' 역시 그러한 음반 중 하나입니다.
유희열이 참여한 그의 여러 음반 중에 제가 이를 선택한 건 앨범의 타이틀 곡이었던 '그대는 모릅니다'도 물론 좋았지만('나는가수다2'에서 이정이 불러 다시 한 번 화제가 된 적 있는 이 노래 역시 유희열이 참여한 노래), 이 음반의 후반을 정리하는 '당부'라는 음악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해 꼭 추천해야겠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을 듣기 전 참여 음악인만 훑어봐도 이쯤되면 명곡 하나 나올 수 밖에 없잖아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작사 이승환, 작곡 이승환과 유희열, 편곡 윤상과 유희열, 리듬 프로그래밍 윤상과 키보드 유희열,
그리고 편곡 전체를 이끌고 가는 리듬과 스트링 사운드 외 가야금과 피리, 양금 등의 국악 연주와 함께 사카모토 류이치 등과 협연한 바 있는 얼후 연주자 溫金龍(Kenny Wen)이 세션에 참여해 특별한 월드 음악 사운드를 제공해 줍니다.
아시아권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면 꼭 추천하는 음악이예요. 그리고 이런 음악적 실험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승환이라는 음악인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다섯 번째는 유희열과 UV가 함께한 엉뚱한 매력이 잘 담긴 'Who am I'
Who am I
진지하고 슬픈 감수성을 표현하는 탁월함을 가진 '유희열'. 하지만 'TOY'의 음악에서 예측하기 힘든 유쾌한 반전 매력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너무 자주인거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대중과 호흡하는 모습은 유재석과 함께 했던 무한도전 가요제에서도 신동엽과 함께한 SNL코리아에서도 그랬겠지만, 음악 작업에선 그 이전 2011년 UV와의 함께 했던 2011년 'Who am I'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처음부터 비틀즈를 따라잡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이 싱글의 컨셉은 비틀즈의 'Let it be' 음반을 오마주한 표지 이미지에서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조지 해리슨 '유희열'이라니...
재기발랄한 'UV'의 노래 뿐만 아니라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두 사람인 '유희열'과 '정재형'의 적극적인 참여로 주목 받았던 이 곡은 의류브랜드 해지스와의 콜라보.
음악과 앨범 자켓 뿐만 아니라 뮤직 비디오를 통해 비틀즈의 'Get Back' 옥상 콘서트라든지 존 레논의 'Imagine' 등에 기초한 다양한 오마주 컷을 군데 군데 배치하고 있습니다.
음악 안에서도 충분히 유쾌한 유희열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한껏 보여주어 즐거운 음악.
이번 글에서 마지막으로 소개할 음반은 7년간의 고민 끝에 나온 토이의 일곱번째 정규 음반 'Da Capo'
세사람
'Da Capo'는 학창시절 음악 시험에서 한 번쯤 만났을 흔히 D.C.로 줄여서 표기하는 악상 기호로 곡의 맨 처음으로 가서 다시 연주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음반을 공개하며 7년 간의 고민이란 카피가 붙였다고해서 그 기간 내내 이 앨범 작업만을 계속 했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팬들은 무한도전 가요제, 월간윤종신, UV 등 정규 음반 밖의 음악에서도 그를 만날 수도 있고 또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모습의 그 역시 발견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분명히 그 오랜 기간 동안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해왔을테고 토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만큼 새음반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기다림 때문인지 이 앨범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다양했지만(이런 반응은 김동률의 앨범 '동행' 때도 비슷했습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그는 'Da Capo'라는 음반의 이름에서처럼 길었던 고민 속에서도 언제나 초심을 생각하며 더 좋은 음악을 실험하고 소개하고 싶어하는 음악인이라는 점입니다.
원맨프로젝트로 다양한 객원보컬과 함께 했던 'TOY', 이 음반에선 더 화려해진 라인업과 함께 했습니다. 성시경, 권진아, 이적, 김동률, 악동뮤지션(이수현), 김예림, 빈지노, Crush, Zion.T, 다이나믹듀오, 선우정아 등 목록만으로 설레는 객원 보컬은 물론, 편곡과 프로그래밍 그리고 Co-Producer '페퍼톤스'의 '신재평'과 '피아니시모'에서 기타 연주를 맡은 '이상순' 등 다양한 음악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음악적 시도 역시 찾을 수 있죠.
성시경이 보컬을 맡았던 'TOY'다운 발라드 '세 사람'이 자주 소개되었지만 앨범 수록곡 전체가 타이틀이라 해도 좋을만큼 모든 트랙에서 골고루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저는 '세 사람'과 함께 '권진아'가 보컬로 참여한 '그녀가 말했다'를 추천합니다. 이 곡은 인스턴트 커피 광고에도 나왔었죠.
두 번에 걸쳐 소개한 여섯 장의 앨범 외에도 흔한 표현 그대로 주옥 같은 그의 음악은 많으니 또 다음에 기회를 잡아 이야기하겠습니다.
글을 정리하며 그의 예민함에 대한 기억에 남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가수 '이소라'씨가 작업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고 그러다 이를 해소하려 보기에도 살이 찔 것 같은 음식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얘길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같이 작업하다 보면 그럼에도 자기와 다르게 초췌해져가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지목한 사람이 있었는데, 예상할 수 있듯 그 사람은 바로 유희열씨죠.
왜 그런 차이가 있나 고민하다 그녀가 생각해낸 답은 특유의 음악적 예민함은 물론 작업 기간 중 잠 역시 잘 자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고 해요. 물론 이런 부분은 체질적인 영향도 크긴 하겠죠ㅎ 그가 늘 자신있게 말하는 앙상하고 시크해보이는 가녀린(?) 몸매는 결국 음악적 예민함과 집중력에서 왔다는 걸 설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라 생각됩니다.
글자 그대로 음악인이라는 걸 음악을 통해 늘 보여주는 'TOY' 유희열. 유쾌한 반전을 즐기는 그를 유희열으로 또 '토이'라는 이름으로 음악에서 자주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