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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man Centered Innovator Oct 09. 2015

21세기 모노리스, 015B(2)

음악적 진화, 제4악장과 Big5 그리고 The Sixth Sense까지

이미 이야기했던 것처럼 지난 글 '아주 오래된 연인들, 015B(1)'에 이은 015B를 위한 두 번째 심폐소생글 :)


시작은 얼마전 이 글의 계기가 된 &15 박지민이 부른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의 원곡을 들어보며 시작합니다. 처음엔 015B 6집 이후의 그나마 최근 '정석원'이 나온 영상을 먼저 소개할까 했는데 '박정현'과 함께 한 그 영상은 이 글의 가장 마지막에 소개하기로 하죠.


내가 숨쉴 때까지 널 잊을수는 없지만
너만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줘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vocal 박지민 & 이장우 (Live Ver.)
https://youtu.be/jlbF6TwC7jQ

Park Ji Min & 015B(박지민&공일오비) - (어디선가 나의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Live Ver.), MUSIC&NEW 뮤직앤뉴 채널


분명 3집의 대중적 성공은 그들에게 실험과 대중의 균형이라는 기쁘지만 부담스러운 숙제를 안겼을 겁니다. 다행히 그들은 제 4악장으로 이름 붙여진 그들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을 통해 대중적인 성공을 이어가게 됩니다.


4집 The Fourth Movement


첫 트랙인 짧은 이야기 책이 주어진 연주곡 '푸른 바다의 전설'을 시작으로 다양한 음악적 실험, '요즘 애들 버릇없어'의 제목에서도 느껴지 듯 그들의 캐릭터였던 솔직을 넘어선 직설적인 가사, 그리고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와 같은 정석원표 발라드까지, 015B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잘 펼쳐 놓은 앨범. 하지만, 2집과 3집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부분으로 성공한 앨범의 공식을 반복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나도 이제 다른 친구들처럼
맘에 드는 누군가를 사귀어 보고 싶어

신 인류의 사랑 & 아주 오래된 연인들(윤도현의 MUST 중)

https://youtu.be/XL9LvxQLUrI

015B 신인류의사랑 오래된연인들, Mnet(K-Pop) 유튜브 채널


이 앨범에는 '아주 오래된 연인들'에 이어 또 다른 큰 대중적 인기를 얻은 '신 인류의 사랑'이 수록되어 있고 이 노래 하나 만으로도 이 음반은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 이 후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에서 과거의 모습을 구성할 때 그 배경음악으로 자주 사용되는 걸 보면 듣는 것만으로 그 시기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노래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비틀즈 시대를 재현한 듯한 복고풍 사운드라는 음악적 실험과 함께 세대를 반영한 솔직한 가사라는 015B만의 캐릭터가 적절히 섞여 그들의 대표곡이 됩니다.

앞의 라이브를 듣자 원곡이 그리운 분은 다음 영상을 확인하세요. 그리운 삐삐 녹음과 함께.


응답하라 1994 Ep.3 : 신인류의사랑 - 015B, tvN DRAMA 유튜브 채널


3집 앨범의 인기를 4집 앨범에서 더 크게 가져가면서 당시 음악 흐름을 주도하는 그룹으로 주목받았고 연말 시상식 등을 통해 TV에서도 볼 수 있어 이제 더 이상 얼굴 없는 그룹이란 얘기는 어울리지 않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TV를 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그런 음악인은 아니었지만요.

공일오비 3인의 사진이 담긴 내지와 별도 책으로 포함된 '푸른 바다의 전설' 이야기 책


아쉬운 것은 이 앨범을 뒤로 조형곤이 완전히 빠진 2인조 공일오비로 바뀌게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이 부분 많은 팬들로 하여금 다음에 나온 'Big5' 앨범도 충분히 좋지만 015B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할 때면 3집과 4집 더 자주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책을 보자 푸른 바다의 전설이 어떤 곡일까 궁금해할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인어 공주 이야기와 거의 유사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정석원의 연주곡이 함께 한다는 부분이겠죠. 다시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아주 오래된 연인들, 015B(1)'을 마무리하며 이번 포스팅 예고 때 있었던 이 연주곡을 다시 한 번 소개합니다.


푸른바다의 전설, 정석원 with 015B Strings

https://youtu.be/y5FoVaNniaI

공일오비(015B) - 01 푸른 바다의 전설, Shinbeom Lee 업로드 영상



이 후 조형곤의 행보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음악 유학길에 오르게 되죠. 물론 그 즈음 그가 음악적 결과물을 소개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Freshman의 사랑, 삶 사람 사랑


버클리 음대에서 전공 중이던 '조형곤'은 교회음악을 전공한 그의 형 '조형민'과 함께 'Freshman의 사랑'이란 곡이 수록된 '삶 사람 사랑'이란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Freshman의 사랑'이란 곡처럼 온전히 대중가요 형태의 곡도 있었지만 한 편으론 그들의 팀명과 배경처럼 종교적 느낌을 많이 보이는 곡들도 있었습니다.

'삶 사람 사랑'의 앨범 표지와 속지의 멤버 소개 글. 두 사람 모두 음악 전공 유학 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시도가 낯설지 않았던 건 이미 공일오비의 1집과 2집을 통해 정석원이 구축한 공일오비의 음악과는 조금 다른 종교적 색채의 음악을 조형곤은 꾸준히 수록했었기 때문인데요, 이 음반에는 바로 그의 그런 분위기가 잘 살려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015B의 이름으로는 '015B Gospel Hymn to Him'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 음반에서 정석원과 장호일의 연주곡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곡을 진행하며 이미 본인의 지향점을 보다 분명히 했었습니다. 수록곡 중 '그대 곁에 주님이'라는 곡은 공일오비 2집 당시 CD 보너스 트랙으로 있던 곡을 새로 가사를 붙이고 편곡한 곡이기도 합니다.

당시 조형곤은 이처럼 가스펠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LP 뒷면 촬영)


아무튼 이러한 멤버 변화를 뒤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2인조 체제 안에서 정말 노래부터 표지와 속지까지 앨범 전체에 정말 버릴  하나 없는 그들의 다섯 번째 앨범 'Big5'가 나오게 됩니다.



'Big5' 발표 전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그들은 정석원의 피아노와 장호일의 기타로만 구성된 깔끔하고 세련된 편곡의 '슬픈 인연'을 먼저 들려준 바 있었습니다. 이 장면으로 그들은 다섯 번째 음반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게 되죠.


5집 Big 5


그들은 이 후 정규 출시된 5집 앨범에서 풍부한 스트링을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편곡으로 완성된  '슬픈인연'을 들려주게 됩니다. 발라드는 분명 015B의 중요한 축이지만 1집 외에 타이틀이었던 적은 드물었는데, 이 곡은 5집을 타이틀이었을만큼 그 동안 보여온 정석원표 발라드의 정수를 보여주었죠.


리메이크는 아무래도 그 자체가 복고적인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죠. 015B는 '슬픈인연'과 함께 가왕 '조용필'의 대표곡 중 하나인 '단발머리' 또한 수록해 이 앨범에 그러한 특징을 확실히 부여합니다. 두 곡 모두 큰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단발머리'에는 원곡의 독특한 사운드를 살리기 위해 샘플링 대신 정말 원곡 녹음 스튜디오에서 당시 악기를 찾아 그대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단발머리 - Vocal 조성민 feat. 이준
https://youtu.be/8fRQ94HzadA

단발머리 - 015B feat.조성민, 이준(Solid), DanalEntertainment 채널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도 있었지만 사실 이 두 곡과 앨범 표지만으로도 리메이크 또는 복고를 분명히 떠올리게 했는데 그만큼 015B라는 팀의 음악적 해석과 또 이를 컨셉화하는 능력이 탁월했던 건 분명해 보이고 그게 그들을 이 시대의 대표 음악인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이겠죠. 물론 이 곡 외에도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와 '그녀의 딸은 세살이에요'와 같은 지금도 어색하지 않는 015B표 발라드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앨범 이전에도 가사 속지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거나 작업한 바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Big 5를 통해 가사가 수록된 내지와 별도로 'Big 5 Overview'라는 속지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엔 그들이 과연 어떤 음악적 고민을 통해 앨범을 완성했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Remake'와 '복고'로 정의 내린 이 앨범의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악기를 사용했고 편곡과 편집 과정이 어떠했는녹음은 어떻게 했고 또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상세하게 기록해두어 자신들에게도 소중한 내용이 되었겠지만 후배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도 했고 또 의미있는 레퍼런 되었습니다.



물론 3집의 성공 이후 이어진 다섯 번째 앨범까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공식을 따라갔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당시 마지막 앨범이라고 이야기한 여섯번째 앨범을 통해 공일오비는 예전에도 분명 진행해오긴 했지만 훨씬 깊이 있고 파격적인 극한의 음악 실험을 보여주게 됩니다. 일종의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이 앨범에 대한 그들의 실험 자세는 앨범 속지 머릿말에도 다음과 같이 선언처럼 남겨져 있습니다.


지금, 20세기 말, 기계적 대량생산의 상품의 되어버린 대중음악의 홍수 속에서 장인정신과 예술가적 의무로서의 상품을 만들고 싶은 우리의 바램은, 20세기초 Bauhaus의 역사처럼, 현실적인 실패로 돌아갈 지라도 대중음악에 있어서서의 Bauhaus의 일원을 꿈꾸게 한다.


6집 The Sixth Sense - Farewell to the world


앨범 속지 처음에 '이 음반의 noise, 찢어진 음향이나 왜곡된 소리들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오해없으시기 바랍니다'라는 표기를 했을 정도로 전체가 실험실의 느낌을 주는 음반입니다. 그 뿐 아니라 앨범 작업을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 무비 또한 기재해었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세븐' 등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지금 소개하는 '21세기 모노리스' 역시 그런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곡입니다.


'모노리스(Monolith)'가 많이 알려진 게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일텐데 당장 노래 제목에서도 이러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와 같은 스토리를 지닌 곡 전개는 곡 전체를 잡고 있는 음향까지 꽉 찬 느낌을 주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 또한 당시 여러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역사라고 불렀죠 파괴를 믿고
화폐를 믿고 과학이란 종교를 믿었는데
누구를 탓할까요 버려진 낙원
신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답니다


21세기 모노리스, vocal 신경필(윤종신의 가명)

https://youtu.be/cL7ouri8DiI?list=PL01BA5758BC0D09DF

21세기 모노리스 (21st Century Monolith) - 015B (1996), 015B Official Channel


그리고 이 앨범의 또 다른 가치는 지금까지 여전히 자신들만의 음악세계를 펼쳐오고있는 음악인들과의 협업. 마치 그들이 참고로한 레퍼런스 무비들처럼 미래를 예견하고 준비하는 듯한 객원보컬과 참여 음악인을 소개하게 됩니다. 유희열, 윤종신, 이승환, MGR(박용찬), 조규찬, 김형중(EOS), Lee Oscar 등.


'21세기 모노리스' 외에도 '일식','마르스의 후예들' 등 세상에 대한 비판과 냉소로 가득찬 이 앨범에도 물론 015B만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노래가 있습니다. 앨범 속지 설명처럼 한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이승환'이 부른 '나의 옛 친구'와 2집부터 함께해 온 '이장우'가 부른 '나 고마워요(For Our Fans)' 등이 그런 곡이죠. '나 고마워요'의 경우 이 노래를 소개하며 7년 동안 015B를 아껴준 Fan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되어 있고, 앨범 제목 또한 'The Sixth Sense - Farewell to the world'인만큼 015B는 어쨌든 이 앨범을 고별 음반으로 계획했던 건 분명한 듯 합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이 앨범은 기존에 발매되던 대영AV가 아닌 LG미디어에서 나왔고 이 회사는 97년 IMF 외환 위기 때 정리되었는데, (물론 공식적으로 얘기해 준 기억은 없지만) 당시 대영AV 소속이던 윤종신이 015B의 소속사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함께 활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신경필이란 가명을 써서 이 음반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앨범 감사 인사에서도 신경필을 언급하며 8년 동안 따뜻하게 지켜준 가족이라는 표현이 있기도 했었죠.


극단적인 우울함과 차가움이 느껴지는 음악에 사람들이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일까요, 아쉽게도 전작들의 대중적 성공과는 거리를 두게되었지만 대중 음악계에 던진 015B의 실험이라는 측면에서 이 앨범을 절대 가볍게 평가할 순 없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이 앨범 이 후 꽤 오랜 공백이 있은 후 다음 앨범인 7집 'Lucky 7'이 나오게 되죠. 결국 클라이막스를 선물하고 휴식기에 돌입하려했던 느낌의 이 앨범까지 설명하는 게 이번 글을 마무리하기 적당할 것 같습니다.



무한궤도 시절부터 정석원은 그만의 실험을 계속해왔습니다. 초기 기반이 특별한 발라드부터 이 후 대중적 인기를 얻게한 다양한 히트곡들과 또 실험에 대한 진지함과 고민이 보이는 다양한 음악들까지 말그대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을 소개하며 그 시절 음악계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죠. 그리고 015B로는 활발하지 않지만 최근에도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며 음악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6집 이후 정석원이 작업한 히트곡 중에서도 특히 '박정현'의 '꿈에'는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곡입니다. 정석원은 최근 크게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죠. 하지만 박정현이 '나는가수다'의 인기 후 8집 'Parallax'를 출시하면서 앨범 작업 영상을 공개했을 때 여기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좋아요! 이것도 너무 좋으니까
박정현 그리고 정석원_도시전설 & Song For Me (Lena Park New Album_parallax), T-Entertainmnet Official 채널


영상을 보면 이 앨범의 'Song For Me'란 곡에서 90년대에 대한 오마쥬를 정석원이 했다는 것도, 그리고 박정현이라는 손꼽히는 보컬리스트가 정석원이라는 음악인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앞의 영상을 보면 앞서 소개했던 MV들에서의 모습과 달리 몇 해 전이지만 이제 세월이 흐른 정석원 프로듀서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른 것보다 015B 멤버 정석원 장호일 두 사람이 형제라는 게 그 예전과 달리 쉽게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015B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방송은 대부분 장호일이 객원가수와 함께 나오는 형태죠.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기타리스트 장호일은 최근 미스틱89 소속이 된 걸로 알려져있죠. 윤종신을 발굴하고 데뷔시킨 그가 이제는 윤종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함께 하고 습니다. 늘 유쾌하고 돈독한 관계를 보여주는 그들, 그리고 어쨌든 미래는 역시 알 수 없나 봅니다 :)



다음은 015B를 언급하며 여러 차례 이야기 되었고 또 이 달에 꼭 소개해야만하는 그가 속해있던 '무한궤도'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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